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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an 16. 2023

교과서 밖으로 나온 고전 속 주인공

정명섭 외, <마이너리티 클럽>, 초록비책공방, 2021



교과서 밖으로 나온 고전 속 주인공,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이너리티 클럽>은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고전소설 <홍길동전>, <요술 항아리>, <우렁각시>,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각색해 '내 이름은 길동이', '연금술 항아리', '우렁각시 도슬기', '두 자매', 총 네 편의 단편소설구성했다. 지은이 정명섭(내 이름은 길동이)은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제 작가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효찬(연금술 항아리)은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며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는 화가가 되었고, 내면의 모습을 그림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다. 남유하(우렁각시 도슬기)는 SF와 동화, 로맨스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전건우(두 자매)는 단편소설 <선잠>으로 데뷔해 호러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를 병행해 작품을 쓰고 있다.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코피노에다가 이름이 길동이라서 학교에서는 선생님부터 아이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만날 때마다 아빠를 찾았는지부터 호부호형을 허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농담까지 들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홍길동전>을 배운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수업 내내 아이들이 길동을 쳐다본 것이다. 심지어 선생님까지도 말이다. 학교 일진을 자처하는 성렬은 "아예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거지?"라며 아직까지도 놀리곤 한다. 그때마다 아빠가 누군지 찾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엄마는 입에 자물쇠를 채웠는지 말해줄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p.18)



첫 번째 이야기 '내 이름은 길동이'의 주인공은 '코피노' 길동이다. '코피노'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녀를 이르는 말이다. 길동은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 선생님부터 아이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길동은 세 살 때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만 엄마에게 들었을 뿐,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아 모른다. 아버지가 누군지 찾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길동은 친구 순대와 아버지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집 가까운 곳에 사는, 필리핀 거주 경험이 있는 몇 명의 남성들을 후보로 정하고 학교 과제를 명분 삼아 인터뷰를 하던 중, 엄마에게 들키고 만다. 마침내 엄마와 함께 길동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마이너리티 클럽>은 고전을 현대적 관점에서 네 편의 단편소설로 재해석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첫 번째 '내 이름은 길동이'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고전 <홍길동전>을 모티브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코피노와 다문화 가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연금술 항아리'는 <요술 항아리>를 모티브로, 다양한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렁각시 도슬기'는 <우렁각시>를 모티브로,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호구였던 도슬기가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갔다 나오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자매'는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가정 내 폭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고전 속 주인공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십대들로 새롭게 탄생한 만큼, 재미와 의미와 상상력을 펼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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