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림, <클로버>, 창비, 2022
그 고양이는 밤처럼 검어서, 해가 지면 밤과 분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녀석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온전히 볼 수 있지만, 세상은 녀석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는 여유롭고 우아한 자태로 해바라기를 하며 세상을 바라보았다.(p.6)
시간당 9,120원. 킬로그램당 150원. 정인이의 세상에선 모든 시간과 무게에 돈이 붙는다. 다른 아이들도 그럴까? 2박 3일에 354,260원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태주도 알까?
어쩌면 너랑 여기를 같이 쓸 수도 있겠다. 비슷한 처지잖아. 사람들은 우릴 싫어해. 자기들도 우리처럼 될까 봐 무서운 건지.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거야. 귀신이나 뭐 그런 거라면 그냥 상상이겠거니 하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데, 여기 진짜로 서 있으니까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서 화를 내. 눈에 띈다는 이유로. 그건 우리의 문제일까, 사람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세상의 문제일까?(p.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