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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r 27. 2023

인간 본성의 두 날개 선과 악 사이

이탈로 칼비노, <반쪼가리 자작>, 민음사, 1997



나는 완전한 열정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항상 부족함과 슬픔을 느꼈다. 때때로 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가 젊기 때문이다.(p.120)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은 이탈리아 환상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기법으로 현대인의 불완전한 내면을 선과 악으로 대비시킨다.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와 함께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의 하나로,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사회참여적인 색채를 띤다. 탈로 칼비노는 신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산업화된 현대사회를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한다. 이를 통해 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이탈로 칼비노는 1923년 쿠바에서 태어났다.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랐다, 토리노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해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으며,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졸업했다. 1947년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2년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발표해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반쪼가리 자작>은 성인이 된 테랄바의 메다르도 자작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수하고 열정 충만한 젊은 자작은 적진의 대포 정면으로 뛰어들어 몸이 산산조각 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야전의 의사들이 아직 살아있는 자작의 몸뚱이 절반을 이리저리 꿰매 살려낸다. 반쪽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반쪼가리 자작은 오직 '악'한 마음만 품은 채 사악함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직 '선'으로만 존재하는 선한 반쪽이 등장하고, 두 자작은 '파멜라'라는 소녀를 동시에 사랑한다. 파멜라와 마을 사람들은 선과 악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는데...



어느 날 밤, 자작은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버섯 들판의 문둥이 마을까지 갔다. 그 마을의 집 지붕들은 짚을 얹어 만든 것이었는데 그는 송진에 불을 붙여 그 지붕을 향해 집어던졌다. (...) 버섯 들판 주민들이 노는 데 열중해서 밤샘을 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화상을 입었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유흥을 즐겼다.(p.45)

그는 문둥병 환자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치료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문둥이들 틈에 섞여서 도덕적인 행동을 했고, 가까이에서 그들의 일을 함께 했고, 그들의 부도덕한 행동에 분개했고, 그들에게 설교를 했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다. 버섯 들판의 행복하고 방탕한 시절은 끝나 버렸다.(p.108)



악한 메다르도 자작은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버섯 들판의 문둥이 마을(p.45)"에 불을 지른다. 들은 모두 회상을 입었지만 노는 데 열중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끝까지 유흥을 즐긴다. 반면에 선한 메다르도 자작은 "문둥병 환자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치료"(p.108)하려고 다. 그는 항상  틈에 섞여 도덕적인 행동을 하고 부도덕한 행동에 분개하며 설교한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 없어하며,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쁘다말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본성 선과 악, 어느 쪽을  갈망는 걸까?




이 책은 악한 반쪽과 선한 반쪽으로 몸이 두 동강 난 남자의 불완전한 내면을 통해 정신적으로 분열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투영한다. 동화적인 스토리 방식에 냉정하고 잔혹한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인간의 고통과 외로움을 녹여내는 점이 탁월하다. 다만, 잔혹하고 파괴적인 내용의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야기 전개 방식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짧은 분량의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거나 사회비판적인 문학 작품을 선호하는 분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독서토론 도서를 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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