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창비, 2016
수환은 처음 영경을 만나던 봄날을 생각했다. 웨딩홀에서 사람들에 섞여 있을 때부터 그는 영경을 주목하고 있었다. 비록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영경의 눈가는 쌍안경 자국처럼 깊게 파였고 볼은 말랑한 주머니처럼 늘어져 있었다. (...) 그녀를 업었을 때 혹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앙상하고 가벼운 뼈만을 가진 부피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봄밤이 시작이었고, 이 봄밤이 마지막일지 몰랐다."(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