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엄마가 독서 교육을 시작한 이유
“엄마가 작가인데, 애가 아직도 한글을 못 뗐어?” 우리 아이를 보고 동네 엄마들이 수군댔다.
용감한 지인은 대놓고 훈계했다. “애 한글 공부 좀 시켜. 한글 못 떼고 학교가면 큰일나!”
하지만 방송 바닥이 내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을 때여서 하루 세, 네 시간씩 자며 아이들 밥 챙겨 먹이는 것도 간신히 하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유치원생을 사교육 시장에 내어놓는 짓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동요 음악 틀어주기, 자기 전과 주말에 ‘책 읽어주기’ 였다. 그렇게 아이는 유치원에서 설렁설렁 배워 자기 이름만 쓸 줄 아는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 4월의 어느 날,
아이 수학익힘책을 보다 너무도 깨끗하게 손도 안 댄 문제들이 많아 아이에게 물었다. “문제를 왜 하나도 안 풀었어?” 아이는 “문제를 읽을 수 있어야 풀지.”라며 ‘엉엉’울기 시작했다. 수학은 당연히 숫자만 알면 푸는 건 줄 알았는데, 초보 엄마는 머리가 띵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아이가 얼마나 맘고생을 했을지 너무나 짠했다. 그때부터 아이에게 한글이 어떻게 조합되어 글자가 되는지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달 후 아이는 못읽는 한글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인 한풀이를 하듯 책을 마구 읽기 시작했다. 학년이 오르면 오를 수록 가파르게 성장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동안 '우리 아이는 왜 안돼지?'했던 것이 저절로 가능해졌다.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익히게 될 줄 알았던 한국어.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국어를 공부시키고, 좀 더 유익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독서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