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안녕~
결혼 후 4개월 만에 임신을 했다. 이렇게 빨리 아이가 찾아올 줄 몰랐고, 준비도 안된 채, 첫 아이를 낳았다.
일도 못하고, 아이를 안고 있으니 책도 읽을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TV를 틀어놓았는데, 이 쬐그마한 갓난아기가 뭘 아는지 자꾸만 TV쪽으로 눈을 돌린다.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의 사랑이 반으로 나뉘자 더욱 TV에 집착했다. 시도 때도 없이 ‘뽀로로’를 보여달라며 떼를 부렸다. 그래서 전지로 TV 화면도 가려보고, 코드를 뽑아두고 “TV 고장나서 안나오네” 속이기도 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이런 거짓말도 소용없게 되었다.
아이가 5세가 되던 해, 엄마는 결단을 내리고 TV를 없애버렸다. 텔레비전의 자리를 책으로 채웠더니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뽀로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집에 없었던 것처럼... 블록가지고 놀고, 책 가지고 놀고, 사부작사부작 다른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째를 책의 길로 잘 인도하면 둘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함께 걸어갈 수 있다. 오빠랑 엄마가 책 읽는데 본인은 심심하니 뭘 하겠나? 같이 책 읽을 수 밖에... 엄마가 바쁠땐 동요 CD를 틀어 놓았고, 여유가 있으면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원래 그림이 예쁘고 몽글몽글해지는 동화책을 좋아하던 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동화책이 너무 많았다. 서로 엄마 무릎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다가 결국 둘 다 엄마 무릎 위에 올라 앉아 책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엄마와 함께 열심히 책을 읽으며 책과의 유대가 쌓이자 책과 노는 스케일이 점점 커졌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꺼내 책 탑을 쌓으며 누가 더 높이 쌓는지 대결을 하기도 하고, 책으로 서로의 방을 만들어 소꿉놀이도 했다. 둘이 서로 “여긴 화장실, 여긴 자는 방”하며 놀다가 조용해져서 보면 어느새 그대로 누워 책을 보고 있다.
처음엔 뿌듯했다. 책보는 것만큼 예쁠 때가 또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집’을 그대로 두라며 못 치우게 하면‘아~ 치우고 싶다. 치우고 싶다.’뱃속에서 뭔가가 꿈틀꿈틀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부서뜨리기 놀이’였다. 누가누가 더 잘 뿌시나! 서로 팡팡 책 탑을 뽀개고, 엄마에게 같은 분야의 책끼리 모아주기 놀이를 하다 보면 정리도 순식간이다.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책과 친해졌다.
아이가 책을 의무로 읽지 않고 정말 친해져서 즐겁게 놀면 좋은 점이 있다. 나중에 아무리 글밥이 많은 책, 우리가 보기엔 아이가 못읽을 것 같은 책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읽는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먼저 책과 놀게 해주어야 한다. 책과 아이가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