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책은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까?
첫째 아이가 『프리워터』를 읽다 “무서워서 안 읽을래”한다. 책 내용이 전혀 무서운 내용이 아닌데, 어느 부분이 무서운지 물어봤다. 역시나 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면 주인공 감정이 이입돼서 무섭다고 표현한다. 슬쩍 스포를 해줬다. “해피엔딩이야~ 괜찮아!” 그래도 안읽겠다고 책을 덮는다.‘책 엄청 두꺼운데, 내 목은 터져나가겠구나!’ 생각하며 이 책을 잠자리책으로 선정했다. 잠자리책은 온전히 아이들이 읽기 힘들어하는 책으로 정한다. 첫째 아이는 슬프거나, 주인공이 아픈 책, 엄마가 아픈 책 등을 읽지 못하고 회피한다. 첫째 아이가 혼자 마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책들 또는 둘째 아이가 읽고 싶은데 혼자 읽기 버거운 책을 잠자리 책으로 읽어준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읽는 『나의 돈키호테』같은 어른책들도 종종 잠자리책으로 당첨된다. 책에 욕이 나오면 슬며시 건너뛰거나 순화해서 읽어주기도 하고, 중간에 둘째 아이가 이해안되는 걸 질문해 오면 바로 대답해주기도 한다. 며칠 동안은 낮에도 잠자리책에 관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슬픈 내용도 함께 읽으며 결국 해피엔딩의 맛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계속 엄마를 조련한다. “엄마는 책을 재미있게 참 잘 읽어줘.”“한 챕터만 더 읽어줘~ 정말 재미있어서 그렇단 말이야.”라며 잠자리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가끔 첫째 아이는 뒷내용이 궁금하다며 다음날 아침 뒷이야기를 모두 읽어버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둘째 아이를 위해 계속 잠자리책으로 뒷부분을 읽어나가면 모든 내용을 알고있는 첫째 아이도 어느새 함께 듣고 있다. 함께 읽는 '맛'이 있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산 책이 실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 집안 곳곳에 흩뿌려놔도 선택을 못받는 책이 있다. 엄마는 그런 불쌍한 책들을 잠자리책으로 읽어준다. 아이들은 재미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책의 매력을 알게 된다. 그렇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책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책이었다. 엄마가 이 책을 읽어준 후에, 아이들이 각자 다시 읽었고, 아이들끼리 놀이하면서도 책 내용이 종종 등장했다. 그 시대에 대해 이해못하는 부분들을 서로 이야기 나누며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엄마는 이런 좋은 책을 찾으려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인터넷을 헤집고 다닌다.
잠자리책을 많이 읽어줄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은 방학이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밤 12시까지 읽고 자기도 한다. 엄마 목이 너무 아프다고 하면 아이들은 목 아플 때 뿌리는 스프레이를 가져와 뿌려주며 더 읽어달라고 한다. 한번은 글밥이 너무 많아 책 읽어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오디오북으로 듣자 하고, 오디오북을 틀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 다시 ‘엄마의 잠자리책’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목소리 변화를 제대로 못했을 때, 주인공이 엉뚱한 행동을 했을 때, 위트있는 대화가 나올 때 우리 셋은 동시에 깔깔 웃으며 좋아한다. 어려운 수학 문제 풀 때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첫째 아이가 가장 크게 떼굴떼굴 구르며 웃는다. 둘째 아이는 “엄마 봐봐, 이렇게 했나봐.”하며 주인공의 엉뚱한 행동을 따라한다. 나는 한때 우리 아이들이 아직 사춘기가 안와서 나에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주어지는 건지,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있어서 사춘기가 안 오는 건지 생각했다. 이제 6학년인 첫째는 사춘기가 왔다. 사춘기가 와서 말도 무뚝뚝하게 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작은 일에도 울고, 짜증을 마구 내면서도 잠자리책을 함께 읽을때는 표정이 평온하다. 사춘기 아이도 순한 양으로 만드는 잠자리책을 엄마인 내가 포기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