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여행 패턴이 있다. 해외든 국내든 무조건 그 지역의 서점이나 도서관, 아니면 북카페를 방문한다. 여행지에서 서점을 방문하는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요즘엔 개성있는 독립서점이 많이 있고, 책방지기마다 그 서점 특유의 분위기, 향기, 책 취향을 느낄 수 있는데 책 안에 숨쉬고 있는 그 책방의 숨결들을 온 몸으로 느끼고 올 때 이 여행에서 우리가 온전히 힐링 받는 순간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딜가나 책과 놀다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은 우아하게 서점을 둘러보게 됐지만 처음부터 서점 여행이 녹록치는 않았다. 아이들이 유아였을 때, 경주에 놀러갔다. 그 유명한 경리단길, 그곳엔 내가 가고 싶은 서점이 있었다. 독립서점은 대부분 좁았다. 게다가 그곳은 관광지여서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곳에서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곳엔 아이들 책이 없었기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 머물기 힘든 곳이 바로, 서점과 카페였기에 최대한 빠르게 책을 스캔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좁고 사람많은 곳에서 몸을 주체못하고 이리저리 헤치고 다녔다. 결국 난 책 사는 건 고사하고 구경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그때 내 아이들지만 어찌나 미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무조건 여행가면 서점, 북카페, 도서관을 고집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을 위주로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 주도 여행이니, 그냥 서점을 따라왔고 아이들이 크고 나선 당연히 이번에도 서점! 이라는 생각에 잘 따라오게 됐다. 청소년책과 어른책까지 읽을 수 있게 된 지금은 아이들과 독립서점을 다닐 맛이 난다.
아이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서점은 평택에 ‘고양이 서점’이었다. 고양이는 밑에 얌전히 있다가 우리가 서점에 들어가자 갑자기 책 위로 올라와 팬서비스를 해주고 사진을 찍으니 카메라를 쳐다봐주는 센스가 있었다. ‘고양이’지만 사람에게 잘 다가오는 ‘멍냥이’의 매력에 아이들이 푹 빠졌던 서점이다. 그 외에 드라마에 나온 서점, 생일책 파는 서점 등 아이들이 혹할만한 서점을 찾는 것이 여행 계획에서 나의 임무다.
이 여행 패턴은 외국 여행 가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잘 몰라도 책방 여행은 꼭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한가지씩을 선물해 준다. 호주 브리즈번으로 여행갔을 때는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를 위해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서관 느낌의 서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영국 작가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지 않은 많은 소설을 발견하고 아이가 흥분하며 너무 좋아했다. 아직 원서로 읽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읽겠다는 각오로 책을 사와서 아직도 소중히 아껴두고 있다.
서점을 방문했을 때의 원칙은 아이가 원하는 책은 무조건 사준다. 아이가 안읽을 것 같은 책도 나에게는 시시한 책도 아이가 원하면 사준다. 영어 원서여서 안읽을 것 같아도 무조건 사준다. 아이가 서점 가는 걸 좋아하게 만드는 비법은 바로 '무조건 사준다.'에 있다.
가끔 독립서점에 나온 책들은 표지가 좀 특별한 것들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책도, 일반 그림책도 독립서점에 나오는 것들은 표지가 참 예쁘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부러 독립서점에서 책을 사길 원할때가 있다. 아이들은 집에 있는 내 책 목록도 거의 마스터해서 집에 있는 책과 다른 표지를 콕콕 찝어내고 어른책들도 관심있게 잘 본다.
그러다 속초의 『문우당 서림』같은 곳에 가면 책박물관 같은 스케일에 셋다 정신을 못차린다. 또 이렇게 큰 서점에 가면 선물하기 좋은 문구류도 있어 지인분들에게 선물한다. 그냥 연필인데도 케이스가 있고 고급져서 선물하기 더없이 좋다.
여행의 한부분이었던 서점이 이제는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을 가기위해 체험학습을 쓰고 그곳에서 하루종일 도서전을 구경하고, 도서전에 나와서 별마당 도서관까지 섭렵하면 하루종일 책과 노는 경험을 한다. 이렇게 놀아도 지루해하지 않고 내년에도 또 오자고 한다. 별마당 도서관은 5번이 넘게 왔는데 계절마다 시즌마다 컨셉을 달리해놔 올때마다 색다른 기분이다. 여름에는 아들이 밤에 야외에서 책을 읽는게 로망이라는 말에 광화문 책마당에서 책을 읽었다. 원래는 저녁 8시에 집에 돌아가기로 했지만 아이들이 계속 읽고 싶어해 마감까지 꽉채워 있다가 왔다. 사춘기 아들이 예전보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이렇게 꾸준히 책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면 책친구의 손을 놓지 않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