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엄마가 벌주는 방법

책보며 반성하시오!

by 눗씨

신남매는 첫째가 12월생이어서 두살 터울이지만 19개월 차이다. 서로 쌍둥이처럼 성향이 잘 맞고, 엄마가 일하는 동안 둘이 의지해서 잘 놀아 남매지만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네 엄마들은 둘을 '사이좋은 신남매'라고 부른다. 첫째아이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둘이 꼭 손을 잡고 다녔고, 코로나때도 학교에서 갑작스러운 하교를 하게 될때 첫째가 둘째 아이 반에 가서 동생을 데리고 왔다. 정말 우애깊기로 유명한 신남매가 가끔 서로 양보하고 싶지 않다며 싸울때가 있다. 어른들도 별것 아닌 일에 그 당시에는 납득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아이들도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혈육이라고는 둘 뿐인데 서로 상처주고 할퀴는 걸 지켜볼 수 없다. 옛날이야 형제가 많으니 오빠와 사이가 틀어지면 동생과 지내면 되지만 요즘엔 기껏해야 달랑 둘 뿐. 부모가 죽으면 서로 의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이해하고 지내길 원했다. 남보다 핏줄이 낫지 않은가. 이렇게 아이들이 서로 싸우면 엄마의 잔소리 대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뒤늦게 한글을 뗀 '첫째 아이를 위해' 벌 주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면 본인들이 무엇을 잘못한 줄은 안다.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엄마는 딱 한마디만 한다. "책장 보고 서있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책장을 보고 서 있는 벌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울먹울먹 책장을 보고 서있는다. 둘째는 서있는 게 별로 힘들지 않는데 남자인 첫째는 자세가 점점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도 서있는데 의의를 두고 그냥 둔다. 이 벌은 '얼음' 후, '땡'을 한 뒤에 빛을 발한다. 아이들은 벌을 서고 난 뒤엔 여지없이 책 한권을 꺼내 읽는다. 벌서며 책 제목을 훑고,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원망과 화를 식혀주고 책도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싸운 후 벌까지 받았는데 둘이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혼자 속으로 ‘미션완수!’를 외친다.


고학년이 된 지금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벌(?)을 주고 있다. 위인전이나 한 사람의 에세이를 읽고 느낀점을 쓰는 것이다. 책은 엄마가 정해준다. 엄마가 읽었던 책 중에 ‘우리 아이가 이런 소양을 갖췄으면 좋겠다.’하는 걸 골라 하루에 한 챕터씩 읽고 본문 요약 & 느낀점을 쓰게 한다. 아이가 다 쓰고 난 후엔, 엄마가 밑에 코멘트이자 편지를 아이에게 써준다. 4학년인 둘째는 어린이용 위인전에서 선택하여 벌주기 책을 선정한다. 벌주기 미션이 애매해지는 건 아이가 미션을 수행 후, 다른 위인전들을 꺼내읽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게 벌이었는지 그냥 독서활동이었는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6학년인 첫째는 주로 어른책에서 선정한다. 최근에는 손웅정님의 책을 미션으로 주었다.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글 쓰는 건 싫어하는 첫째에게는 진정한 ‘벌’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본인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게 하는 공부였다. 아이는 책을 읽고 중간 중간 ‘손웅정이 이렇게 했대’하며 재미있는 내용을 주절주절 얘기하기도 하며 일주일간 이 미션을 수행 후 엄청 뿌듯해 했다. 이 방법은 독서 & 글쓰기 & 엄마와의 유대관계까지 이룰 수 있다.

주변 엄마들은 '신남매는 순해서 키우기 수월하겠다'라고 얘길한다. 세상에 키우기 수월한 아이가 어디있겠는가? 첫째는 예민쟁이에 둘째는 평소에 둥글둥글하다 하나에 꽂히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고집쟁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올바르게 커가고 심성이 다듬어지는 이유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요즘 첫째 아이는 <청소력>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주변이 깨끗하면 행복해진대'라며 본인의 책상을 잘 정돈한다. 책을 읽을 때만 반짝하는 결심일지라도 그것이 쌓이면 '소양'이 된다고 믿는다. 독서 육아를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하는 주문이 있다. '당장을 보지 말고, 멀리 보자.' 지금 당장은 흙속의 진주가 먼 훗날 반짝이는 진주가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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