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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ug 19. 2018

조수애 아나운서는 공정한 심판관이었을까?

<히든싱어5> 조수애 아나운서 막말 사건


갑자기 내 친구가 왜 네이버 실검에 떴지?


일주일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함께...  정말 아름다운 휴가를 즐기기 위해 한국에 대한 모든 연락을 끊었다. 그러던 중 친구 하나가 네 친구가 네이버 실검에 떴다고 했다. 조수애 아나운서였다. 히든싱어에 출현해서 인기를 끌었나 하고 그냥 넘겼다. 며칠 뒤 한국에서 돌아와 검색을 해보았다. '조수애 아나운서 막말 논란'이었다. 대충 내용을 보니, <히든싱어5>에서 나름 경쟁을 하고 올라온 모창 능력자에 대해 '노래를 못한다.'라는 워딩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나중에는 조수애 아나운서가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수애 아나운서를 알게 된 것은 내가 학교 복학을 하고서였다. 원래 내가 다니던 과가 여초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동기들은 대부분 졸업이나 졸업 유예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도 없는데, 우연히 조수애 아나운서를 만나서 수업을 같이 듣거나 아주 가끔 밥을 먹었었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조수애 아나운서가 싸가지가 없거나 그런거는 아니다. 그냥,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수애 아나운서가 말을 조리있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단어 선택에 있어서 생각없이 말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수애 아나운서 막말'사건에 대해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은 조수애 아나운서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안에 구조적 문제를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 입학, 취업, 승진 등을 위해 경쟁을 한다. 경쟁에는 경쟁자가 존재할테고, 그것을 주관하고 심판하는 주체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터져 나온 문제는 과연 우리가 경쟁을 하는데 그것을 평가하는 올바른 심판관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내제되어 있는 것이다.



히든 싱어의 경쟁구조와 비례성의 원리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우리 사회에 도래한 화두는 바로 '공정성'의 문제였다. 젊은층의 의식구조에 들어있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회 자체가 순전한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공정성에 대해 외치지만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하다. 공정성을 해석할 때, 비례성의 원리로 정의할 수도 있고, 보편성의 원리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보편성의 개념부터 먼저 이야기하겠다. 보편성의원리는 인간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운동장의 출발점이 각각 모두 다 다르다. 보편성의 원리를 통해 본 공정성은 완전히 같게 할 수 없지만 운동장의 출발점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려는 시도다. 이런 보편성의 원칙을 통한 공정성은 지금 현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이다. 그에 비해, 비례성의 원리를 통한 공정성은 우리와 아주 친근하다. 우리가 보는 모든 시험은 비례성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례성의 원칙은 내가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를 히든 싱어에 대입해 보면 내가 노력한 만큼, 그만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례성의 원리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자신을 평가하는 심판관이 공정하게 전문지식을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조수애 아나운서의 '노래를 못한다'는 발언에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은 노력한 개인이 있는데, 그 노력에 대해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이 심판관의 자리에 있다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만약에 정말 예술성이 뛰어난 음악가가 참가자에게 '노래를 못한다'라고 했을 때, 이 또한 문제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조수애 아나운서가 맞은 폭탄 만큼의 비난은 아니었을 것이다. 즉, 시청자들의 분노의 근원은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지 않고 있는데 유명하다는 이름 하나로 남의 노력을 짓밟을 수 있냐는 물음이 마음 한 켠에 응어리져 있는 것이다.



과연 조수애 아나운서만의 문제일까?


사실, 조수애 아나운서가 말을 잘 하지 몾하고 거의 생각 없이 발언한 것은 그녀의 문제가 맞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면 히든싱어5의 제작진들의 문제로 들어갈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 유명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유명인들의 역할은 두 가지 정도로 보이는데, 하나는 평가를 내리는 일, 두번째는 유명인의 외모나 유명세에 따라 시청자들의 눈을 프로그램에 고정시키는 일일 것이다. 조수애 아나운서는 내가 내가 본 중에서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마, 제작진의 경우, 조 아나운서의 미모를 보고 시청자 수를 늘릴려고 넣었던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평가의 문제였다. 즉, 히드싱어5가 보여준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공정하지 않거나, 올바른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심판관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면접을 볼 때, 정말 인성이 좋지 않고 실력이 없는 상사, 회사에서 매일 놀고 먹고 일만 시키고 평가만 하는 상사, 무조건 권력으로만 사람을 누르는 사람들이 사회에 널려 있다. 우리는 한 번 씩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조수애 아나운서의 막말'사건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조수애 아나운서의 실수에 대해서 비판을 해야겠지만, 우리가 왜 그녀의 발언에 대해 분노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 번 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의 운동은 과연 공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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