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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r 08. 2016

타인의 시선이 나의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닫힌 방> 장 폴 샤르트르


우리는 '지옥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뜨거운 불길과 유황이 있는 곳 혹은 고문기구가 있는 곳... 이런 우리의 상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지옥이라는 곳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소음과 다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비명들 말이다. 위의 사진은 <Supernatural>이라는 미드에서 나온 지옥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죽은 이후에 줄서기를 한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앞으로 간다. 그렇다면 맨 앞에는 무엇이 있는가? 맨 앞에 사람은 다시 맨 뒷줄로 가는 것이다. 지옥에 온 사람들은 이 행위를 영원히 반복한다. 행동은 하고 있지만 그 행동은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줄을 서 있는 것은 앞에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앞에 아무 것고 없고 맨뒷줄로 걸어갈 때 사람은 생각한다. 나의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사유가 계속 이어지다 보면 인간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 조차 잊을 것이며 사물이 되어 버릴 것이다. 지옥의 본질은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닫힌 방의 지옥


샤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는 세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자신의 행위를 인정받으려는 신문기자 가르생, 동성애자로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을 죽인 우체국 직원 이네스, 애인과 낳은 아이를 죽인 창녀 에스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죽음을 맞이하고 지옥에서 한 방에 갇히게 된다. 이곳에서는 서로의 시선을 받으며 각자의 비밀을 지킨다. 하지만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들은 그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은 닫힌 방 안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 즉 추악한 자신들의 내면을 서로 공유하게 된다. 서로는 자신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를 봐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서 각자는 판단을 당하면서 끝없는 괴로움을 느낀다. 그들의 지옥은 타인의 시선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들은 닫힌 방에서 서로를 응시한다. 샤르트르의 철학에서 인간은 실존적 존재로 사는 동안 행위를 하며 죽기 직전 자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죽었고 자신의 과거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의 지옥은 아무 의미없는 타인의 시선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산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


샤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보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등학교 윤리 책에서 처음 나왔던 부분에서 '인간이란 열린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책 한줄로 정의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랑은 어떻게 정의가 되고, 이성이란 뭐라고 정의를 할 수 있을 까? 인간이나 사랑 이성과 같은 것들을 정의가 내려진다고 가정을 한다면 이 세상에 철학은 필요가 없고 인문학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왜 답이 잘 내려지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 이 대답에 대해 샤르트르는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가치를 느끼는 것이고 이런 행위 하나하나가 쌓여 한 사람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역사는 과연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존재에 대한 몸부림을 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멍때리듯이 사물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즉, 인간은 자신이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이다.



시선 그 무거움


샤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사물화를 당한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는 누군가를 볼 때, 첫인상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첫 인상을 보고 판단한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에게 판단을 당한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적 존재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의 시선은 우리를 편하게 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 때 일하는 것과 혼자 일을 할 때를 생각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의식적으로 쳐다보던 그냥 힐끗보던 그것은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타인의 시선은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폭력이다. <닫힌 방>에서 진정한 지옥은 바로 타인이 영원히 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판단 속에서 인간은 하나의 정의를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은 ~한 사람이다'라는 이름표는 의미를 가지려는 인간의 행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가령, 내가 글은 쓴다고 할 때, 나는 마음 속의 무엇인가를 꿈꾸며 하는 행위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허세를 떨기 위해' 혹은 '지식을 쌓는구나'라고 정의가 되어진다. 인간은 타인의 영원한 시선 속에서 영원히 자신의 행위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못하게 된다. 영원한 지옥 속에서 인간은 무의미한 행위만을 할 뿐이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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