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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r 12. 2021

인생은 영화처럼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나 행복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불행이 남는다. 싫어한다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언가를 사랑했지만 그 감정이 사라졌다면 당신은 그것이 싫을 것이다. 어쩌면 미울 것이다. 어쩌면 증오할 것이다. 내 행복은 나를 두고 떠난지 오래지만, 불행이 자리 잡기에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다. 내 생각에, 불행은 내가 행복이 떠났다고, 공언하고 단정짓자 찾아왔다. 행복이야  옛저녁 이야기다. 하지만, 어제 나는 행복과의 이별을 선언했고 불행은 찾아왔다.


 불행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행복 대신에 불행이 들어온 것이라면, 불행을 다시 반품하고 교환받으면 될 것인데, 행복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으니 돌려받을 수도 없다. 환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만, 불가능한 것은 당연지사니와 설령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나는 당분간 불행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불행이 심화된다. 기록이 너무 많아서, 기억은 흐려지지 않을 예정이다.


 기록을 지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모든 공간은 너와 함께였다. 트위터라는 창구가 있었지만, 나는 그곳에서도 언제나 너를 찬양했다. 내가 가진 모든 공간에서 너를 긍정했다. 당연하게도, 너가 사랑스러웠고 내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지나간 곳은 불행이 남는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사랑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지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곳에도, 너를 향한 사랑의 편지가 있다. 나는 말했다. 심지어 최근에도, 행복하지 않았을 때도 나는 더이상, 새로운 누구에게도 편지를 쓰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 같았다. 그러고보니 너에게 편지를 쓴 기억도 오래되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내 안에는 많은 사랑이 있었다. 사랑은 갔지만, 나는 그저께 당신이 싫다고 말했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의미 없는 것을 안다. 글을 쓰고 싶다. 강렬히도 글을 쓰고 싶다.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고, 내 모든 공간에 올리고 싶다. 당신과 함께했던 공간에 올리고 싶다. 당신이 내 글을 보고 마음 아파했음 좋겠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당신은 죄가 없다. 그냥 우리는 맞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생활 습관도, 결혼 계획이라거나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타이밍이 다르다. 나는 그렇게 우리가 타이밍이 맞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 너무 결과론적인 얘기이다. 세상에 우리만큼 타이밍이 맞았던 사람이 있을까? 너를 만나는 동안 만들었던 행복의 양을 창출해내는 사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우리는 완전한 하모니였다.


 그런데도 이것이 마지막인 것이다. 완전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나보다. 세상이 이토록 무섭다. 몸서리가 쳐진다. 나는 한동안 또 나 자신을 파괴할 것이다. 나는 불행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만 깨닫고 산다. 젠장할 노래나 시에서는 더이상 듣고 싶지가 않다. 나는 충분히 아니까, 알아처먹었으니까 그만해라. 인생아, 나에게 그만해라. 아니, 내가 그만두겠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겠다. 소중히 여기지 않겠다. 인생은 산문이 아닌 것이다. 인생은 지속성을 띌 수가 없다. 인생에서 지속 가능한 유일한 것은 외면이다. 도망가는 것이다. 꾸준히 도망가다보면 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겠지. 너에게서 매우 멀어져 너가 보이지도 않게 되겠지. 이 브런치도, 인스타그램도 다 지울테니 나는 너를 다시 보지 못하는 시점도 오겠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생은 산문이 아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났어야한다. 인생은 산문이 아니니까, 우리는 우리를 다시 읽지 못한다. 인생은 차라리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같은 것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제작될 것이고, 나는 영화가 끝날 때 쯤 항상 눈물 범벅이 되어있다. 불이 켜지고, 현실이 드러난다. 나는 소지품을 챙기지 않은채 자리를 뜬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후회하며, 글을 쓴다. 짧은 한줄평으로 남기기엔 이번 영화는 내 인생 영화...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하루에 영화를 두 편 보는 것을 싫어한다. 이 인생이란 하루에 여러편의 영화를 봤지만, 이제 진짜 마지막 영화를 본 셈이다. 나는 더이상 영화를 보지 않으련다. 아니 그냥 하루가 끝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도망만 다니며 사는 것이 무슨 인생이란 말인가. 하지만 직시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더이상은 싫다. 이 말이다.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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