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처음 받았을 때, 제 친구 민규와 다물님과 함께 식장 입장, 퇴장 곡들을 같이 골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들으시고 이후 들으실 노래도 음악을 좋아하는 민규가 심혈을 기울여 셀렉한 곡들이랍니다. 제가 민규가 여자친구가 생겼고, 결혼을 할만한 사람이다라고 말했을 때, 처음 물었던 말이기억이 납니다. “음악을 좋아하니?” 그렇습니다. 저와 민규는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민규의 결혼상대 될 분이시라면 음악을 좋아하고, 같이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민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야.” 라고 대답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다 각자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릅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이 같고, 좋아하는 것을 일치시킬 때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온다는 것을, 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온다는 것을 저는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민규의 장점을 말하라면 무수히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 단연 하나를 말하라면, “민규는 좋아하는 것이 많습니다.” 민규는 저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박다물이라는 여자를 사랑합니다. 저는, 민규가 결혼식 장의 입장곡과 퇴장곡을 정해두었듯이, 항상 박다물양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라는 숙제 아닌 숙제를 내겠습니다.
그것의 이유는 잔치에는 음악이 빠질 수가 없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둘의 여정에 큐피트가 부를 노래가 마땅히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압니다. 민규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백만송이의 장미로 꾸며 놓은 종착점으로 가는 길에 미리 얼른 뛰어가 꽃을 심고 물을 주고, 자갈들을 치울 것이라는 것을요. 그녀의 손목을잡아 끄는 그의 손목엔 겹벚꽃 향이 날 것이고, 다물양은 그 향에 이끌려 함께 여정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길에는 언제나, 새로운, 민규의 사랑을 담은 음악들이 울려퍼질 것입니다.
하나만 더 숙제를 내도 될까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려운 부탁이 아닙니다. 그냥 팝송을 즐겨 듣는 민규의 입장에선, 초등학교 때 배웠던 영어단어들을 복습하면 됩니다. Girl, Baby, Harmony.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다시 배우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처음 한 영어단어를 알게 되면, 그 때마다얼마나 세상에 그 많은 단어들이 쓰이는지 놀랄 때가 있죠? 부부가 서로 영어 단어를 가르쳐주며, 세상에 얼마나 많은 Dream, Hope, Happy가 있는 지 서로 알아가면 숙제는 완성입니다. 그러다보면, 한 가정에, 둘 사이에 얼마나 많은 LOVE가 있는지 모를 거에요.
30년 이상의 세월을 서로 따로 산 사람들의 만남입니다. 생경하지만, 익숙해질 겁니다. Love란 단어에도 익숙해질 거에요. Marriage는 물론입니다. 그 과정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하객 여러분의 축복 속에 이 부부는 행복할 것입니다. 서로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제가 본 누구들 보다서로를 사랑하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니까요. 민규야, 제수씨,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