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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y 27. 2022

오딧세이아

 오늘, 너에게 음악을 추천 받았다. Apple Music엔 없는 관계로 Youtube로 듣고 있는데 그것이 우리의 상황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얄궃고 당신 말 마따나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Adriana Evans는 사랑이 어디에나 있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내 사랑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메아리를 얻지 못하니 조금 슬프면서도 내 사랑이 무용하지 않다고 인정을 받은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시디를 사서 리핑을 하던지 해야겠다. 당신에게 정말 참으로 오랜만에 받은 노래 추천인데 어찌 이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Ohio Players와 The Platters, Esperanza Spalding의 새 노래를 추천해줬다. 맘 같아선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당신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Erykah Badu를 들으러 시카고에 다음달에 가고 싶다만, 오늘 우리는 분명 꽤나 살가운 대화를 나누었다지만, 내 사랑은 이렇게 아우성대지만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으니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글을 쓴다.


 아니, 아니다.  원래 패기 좋게 당신에게 자고 일어난 다음  브런치에 와보라고 메시지를 했다. 당신에게  예쁘고 고운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의지와 결심과 결의를 펼쳐 보여내어 당신을 잡기 위해 글을 쓰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은 당신을 잡기 위한 글이다. 헛된 신세 한탄과 순문학적인 주제 의식이 담겨 있는 글도 뭐도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동반자를 되찾기 위한 글이다.  동반자는 한동안 당신이었고, 당신의 동반자도 한동안은 나였음에, 이것은 이타카로 돌아오기 위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버젼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으로 간 것은 당신이니 당신이 오디세우스일지도 모르겠다. 트로이를 정벌하기 위해 떠난 그처럼 당신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나에게 상실감을 남기고 배를 지어 떠났다. 당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각오가 부족했다. 내가 오디세우스였다면 세이렌의 노래에 쉽게 혹했으며, 페넬로페이아면 구혼자들에게 나를 허락한 것인가. 무엇에 씌여 나는 당신에게 이별을 고했나. 그 때 이후로 하루도 후회를 하지 않은 날이 없다. 그 후회는 대개 두가지였다. 당신에게 이별을 고한 것과, 당신에게 너무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 전자는 당연한 것인데 후자는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 너무 많은 편지를 쓴 일을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그로 인해 당신을 잊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의 트위터 글을 보고 내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어진 연인의 생각을 가끔 하는 것이 뭐 큰 대수냐 싶겠냐만은, 나는 당신을 되찾아야만 하겠다고, 당신의 배가 다시 이쪽으로 향해 육지에 정박하도록 만들리라고 다짐을 한 터라 나에겐 기회였다. 나는 당신과 얘기가 나누고 웃기게도 나는 당신의 "웃겨" 에 조금의 희망을 얻었다. 이것이 웃기다면 그 때 또한 나에게 "웃겨." 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나에게 희망을 주면 좋겠다. 당신과 헤어진 그 때 이후로 우리가 가장 근접하게 존재했던 순간이 바로 그 순간 이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신이 Adriana Evans를 추천해 줬을 때,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글을 쓰면서, 이제는 앨범의 일곱번째 트랙인 I'll be there가 나온다. 나는 이타카에 있다. 우리 같이 있던 호텔방을 아직 기억할까? 많은 호텔들을 돌아다녔지만, 혹시 어떤 곳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나는 이타카라는 호텔방이다. 정원도 있고 꽃이 피지 않은 봉오리들이 많은 호텔 방이다. 나는 이곳에서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며 사랑을 나누었고 손가락에 두개의 반지를 끼워줬으며 평생을 약속했다. 당신은 늘 그렇듯이 조금 지각을 한다. 내가 시간을 잘못 알려준 탓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한 그 날, 나는 당신에게 이 곳 이타카로 올 시간을 잘못 알려줬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가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꽃이름과 꽃말들을 외워 놓을테니, 정원과 봉오리들에 물도 넉넉히 주고 당신 옆에 굳건히 서있을테니,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주오. 그 때, 우리 같이 다시 Summer Breeze와 Autumn Leaves를 틀어 놓고 사랑을 나누자. 내가 왕위를 찬탈당한 왕이라고 적은 적이 있었지. 아니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이며, 내 나라의 왕. 내 왕일지어니, 이제 나로 인해 벌어진 긴 귀환길을 이젠 끝마쳐다오. 내 가장 고운 모습으로 당신의 곁에 머물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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