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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04. 2020

세상을 깔보세요...

 며칠 전, 여자친구와 대화 중 “세상을 깔보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자친구의 지인이 너무 자신의 작은 세계에 갇혀 편협히 세상을 바라본다고, 그러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혹자가 나를 바라보면 내가 세상을 깔보는 것이 명백해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경쾌하고 해맑은 잔혹함을 충분히 인지한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려들지는 않지만, 나름의 대처 방안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 대처 방안이란 도피와 반항이다. 어떤 때에 나는 이 세상으로부터 도피한다. 술을 마시거나, 나에게 주어진 이권을 담보 삼아 구름 위로 피신한다. 나는 또한 반항한다. 잘살아보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 나름의 연마를 하고, 미래를 그리며 현실을 마주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도피가 더 나에게 적합한 명찰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지난 20대는 그래왔다. 신년을 맞아 반성하고 재기하겠다는 다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술에 취하고 쾌락에 빠졌던 내 과거의 행보가 아직도 나를 거슬리게 한다. 이 글을 올린 블로그에 나는 그 수많은 역사들을 기록해왔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글들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여자친구를 힘들게 하는 글들이기도 하다. 나도 힘들었던 때이다. 이 글에서 따로 내 도피를 적시하며 자기 위안 삼지는 않겠다. 어쨌든, 나는 도망자이다. 


 반항도 물론 시도한 바는 있다. 내 인생에 새해만 수십번, 아침에 자고 일어난 날은 수만번일 것이다. 잘하려 한다. 돌이키려 한다. 실패가 이어지지만 모두 허무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살아있지 않는가? 미래를 꿈꾸지 않는가, 조금은 덜 불안한 글을 쓰지 않는가? 


 도피도 나에게 폐허만을 남기진 않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원하는 바를 가져왔다. 또, 나라고 언제나 내가 도피를 한다고 몰아가진 않는다. 도피도 일종의 반항이 아닐까? 다자이 오사무는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반쯤 동의한다. 나는 도피를 했지만 내 나름의 '불안의 서'를 써왔다. 외면하지 않았다. 마주했다.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며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거창한 자리는 아니지만 분명히 즐겁다. 너무 내 인생을 몰아가지는 말자. 세상을 깔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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