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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23. 2020

Nao

 지난 화요일, 여자 친구와 당산역으로 가는 길 2층 버스에서 Nao라는 가수를 들려줬다. 여자 친구는 “민성이랑 만난 지가 1년이 다가오는데, 언제나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네!”라고 말했다. 나는 어깨가 으쓱. 앞으로도 항상, 평생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 말한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겠다. 집에 들어가서 나는 술이 취한 상태로 새로 나온 음악 몇 가지를 찾아본다. 곧 잠들었지만, 자기 전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항상, 평생 지원이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줘야지.


 나는 문화예술에 대한 꽤나 심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책, 영화, 음악 등을 최대한 많이 접해야 한다고 말이다. 때로는 내가 관심 없는 장르, 익숙지 못한 작품들도 최대한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하는 유일한 창작 활동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를 표현하고 싶은 나의 크나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도 있었지만 나는 글을, 특히 긴 글을 자주 써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무엇을 위함이었을까? 이렇게 나를 강제하는 와중에도 항상 든 생각이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즐거움을 위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몰두했지만 나의 태도에는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


 여자 친구가 나에게 처음 반하게 된 계기는 나의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읽고 나서였다. 그 블로그엔 내 20대, 불안과 행복 그리고 치부가 온전히 드러나 있었다. 내 과거 또한 마찬가지라 나중에는 약간의 불안감까지 여자 친구에게 선사했지만 내 글들은 애정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이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기는 하다. 그 사실을 몰랐지만, 나는 여자 친구에게 연애편지를 계속 쓰며 내 사랑을 표현했다. 지원이는 내 글을 좋아한다. 나는 내가 왜 글을 써왔고, 왜 그런 강박관념을 가져왔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은 지원이에게 향하는 내 마음이었구나.


 내 인생의 종착점에 여자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리라. 하지만 내가 노력하고 잘해서 그녀와 함께 가는 이 꽃길을 미리 쓸고 닦고 지원이의 팔을 잡아 이끌어야 한다. 얼른 뛰어가 꽃을 심고 물도 주고, 자갈들을 치울 것이다. 그녀의 팔목을 잡은 내 팔목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겹벚꽃 향이 나는 향수가 뿌려져 있을 것이다. 지원이는 그 향에 이끌려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백만 송이의 장미로 꾸며놓은 종착점까지 나와 함께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언제나 새로운, 내 사랑을 담은 음악들이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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