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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04. 2020

Reminiscence

  돌이킬 수 없는. 세상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내가 놓쳤던, 놓았던 적지 않은 사람들. 잊었던, 잊지 못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지나갈 일은 지나간다. 잊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는 내 머리는 머릿속의 서랍을 자꾸 여닫기만 하고, 돌이키지 못하는 일들을 곱씹으며 아파한다.

  Reminiscence, 추억은 달고 또 쓰다. 악몽도 마찬가지다. 꿈에서 만난 그녀는 반갑지만 내 가슴을 아리게도 한다. 달아서 곱씹고, 써서 곱씹는다. 자의적으로 곱씹지만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추억이 나를 조용히 찾아오는 경우가 훨씬 많은 듯하다. 거울을 보며 양치를 할 때는 첫사랑이 생각나고, The Velvet Underground의 Sunday Morning이 아이폰 셔플로 흘러나올 때면 집에 감금되어 약에 취한 나날들, 뛰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놀이터를 베란다 창문으로 내다보며 담배를 필 때가 기억난다. 전자가 추억이라면 후자는 악몽이다. 악몽이 지나간 지금, 아직도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러고보니 그런 때도 있었지, 다 옛날 일이구나.” 하며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원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일들은 원하게 되지 않기를 바랬다. 틀뢴이란 환상 세계에선 과거조차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다못해 타임머신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과거를 조작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루비 스팍스의 이야기처럼 모든 이야기를 내가 써내려간다면 어떨까. 루비 스팍스의 이야기처럼 파멸이 올 것은 확실하겠지. 나비효과나 미래 사람들의 과거 개입 금지 처럼 뻔한 것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돌이킬 수만 있다면 하고 떠올리는 것, 돌이켜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 이러한 세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글로 써내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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