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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r 20. 2020

독서실 연가

 사랑하는 지원양, 나는 독서실이오. 사는게 만만찮은 것은 우리 둘 다 마찬가질테지. 여러가지 준비해야할 것이 많소. 영어, NCS, 컴퓨터 등등 할 것이 태산이오. 지원양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짐작하오. 하지만 무서울 것이 없으니, 우린 함께 잘 헤쳐나아갈 것이오. 백지장도 만들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소? 이런 시기야말로 우리 모두 손 마주 잡고 같이 걸어야하오.


 만나기가 쉽지가 않구려. 어제도 만났긴 하였소만 볼수록 또 보고 싶은 것이 연인들의 다 똑같은 맘 아니겠소. 오늘도 보고 싶소. 지원양도 아침부터 독서실이온데, 나도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구려. 분연히 맘을 떨치고 일어나 여기로 왔소. 하지만 우리는 독서실이란 같은 공간에 다르게 머무르는구려. 어서 같이 혼인을 올려 신혼집 서재에서 같이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오. 지원양, 보고싶소.


 그런데 편지가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오. 내 말은, 편지라는 매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말이외다. 보고 싶은 마음을 글로 적어내려 감으로써 나의 애수를 조금이나마 달래고, 지원양의 애간장도 달랠 수 있으니 말이오. 그래서 편지를 적소. 지원양도 편지를 적어주면 좋으련만... 허나 내 넘치는 정으로 충분한가 싶기도 하오.


 지원양이 내 곁에 있다니 얼마나 좋소. 어제 내게 말했던 그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나오. 나와 있으면 세상이 조화로워진다는 그 말은 내 심중을 울렸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이제야 말하오. 나도 그렇소. 지원양과 있으면 언제나 행복하오. 세상의 퍼즐이 점점 맞춰져가는 느낌이 들 정도이오. 지원양을 처음 만나고 이 퍼즐의 모서리를 처음 맞췄소. 지원양이 나에게 사랑한다 말해줬을 때 이 퍼즐의 가장자리를 다 맞췄소. 그곳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나, 하나 그림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라오. 퍼즐 조각은 지원양의 주머니에서 끝도 없이 나오니, 나는 열심히 맞추면 될지도 모르겠소. 가늠이 안되던 내 퍼즐의 그림이 이제 조금은 짐작이 가오.


 내 주머니에도 퍼즐 조각이 많소. 지원양도 퍼즐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구려. 지원양 것은 조금 난이도가 높지 않소? 그래도 잘 맞추어가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소. 우리는 동시에 이 퍼즐들을 완성할지도 모르겠소. 그러길 바랄 뿐이오. 우리가 각자의 퍼즐들을 완성하면, 우리 같이 함께 하나의 퍼즐을 맞춰보지 않겠소?


 우리 사이에 사랑이 넘치니 얼마나 좋은 일이오. 세상이 뒤숭숭하지만서도 우리가 같이 술잔을 드니 얼마나 축복할 것이 많소. 나 같은 사람은 축하할 일이 많은 사람이오. 지원양이 내 곁으로 오고는 더욱 그러오. 지원양도 마찬가지이니, 우리는 축복 받은 연인인 것이오. 우리는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오. 


 편지가 있다니 정말 좋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구려. 사랑하는 지원양에게 이 편지가 빨리 가 닿길 바래보오. 어서 이 편지를 읽고 내 사랑을 느끼구려. 나는 이제 공부를 하러 가겠소. 하지만 기다릴 것이오. 전축을 사용해도 좋고, 편지를 써도 좋구려. 사랑한다는 말을 나에게 해주오. 


 사랑한다라는 문장이 존재하는 것이 이렇게 감사할지는 지금까지 몰랐구려. 

 감사하오.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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