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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Apr 06. 2020

Cause We...


 몸이 아프다. 마음이 쓰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플 때도 맘이 편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몰래 잠들었다가, 지원이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고 퍼뜩 정신이 든다. 여자친구가 나를 잡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러고 싶을 뿐이다. 아픈 것이 나아졌다는 거짓말은 못하지만 잠깐 잠들었다고 한다. 다시 잠을 자며 나아지기를 바란다. 아프기 싫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번에 다 나으면 한층 더 건강한 민성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사실 별거 아닌 체기이지만 마음이 쓰인다. 지원이에게 심려를 끼치게 하고 싶지 않다

.

 몸이 아픈데 이렇게 워드를 킨 이유는 아무래도 여러가지를 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매우 긍정적인 변곡점 말이다. 기쁨과 환희, 개선과 희망이 나를 휘감는다. 그동안 글을 꽤나 썼지만, 지원이에게 주는 편지와 나의 환희에 대한 글들을 주로 썼던 것 같다. 투정을 하는 글들도 꽤나 있었지만 주로 내 글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였다.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내 지난 5개월이 그랬다. 내 글은 들뜰 수 밖에는 없었다

.

 그래서 나는 지금 희망에 관해 글을 쓰기로 한다. 희망이란 환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희망이 생긴 것이다. 희망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기쁨을 가졌다. 그것 만으로도 한 발 아니 매우 큰 진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쁨에서 더 나아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내 지축은 흔들리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저 북소리는 다가올 더 큰 환희를 예고하는 것만 같다. 이 기쁨의 현장에서 미래를 기다리며 나의 몸엔 전율이 일어난다.


 약 기운 때문인지 차분하다. 나는 내 삶이 초토화되는 시절에도 차분했다.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있다고 해도 잃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나는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아니 삶을 막 대하는 것에 쾌락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약 기운을 빌어야 조금이라도 차분할 수 있다. 하루하루가 아름답다. 내 삶이 꽃과 나비로 가득차는 이 시점에 나는 차분할 수가 없다. 잃을 것이 많다. 갖추어야할 것, 잃을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내 지금의 삶은 너무 소중하다. 그런 나는 지금 과거보다 더 큰 쾌락을 느낀다.


 나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다. 지금까지 글을 쓸 때는 보통 우리의 미래라고 썼는데, 오늘만큼은 나는 나의 미래라 칭할 것이다. 놓쳐온 것이 너무 많다. 왜 그렇게 나를 학대해야만 했을까, 나는 빛을 좀 봐도 된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고, 지원이가 찾아왔다. 일생일대의 기회이다. 내 슬픔이 서른이 되었을 무렵, 지원이가 찾아왔다.


 그래, 지원이가 내게로 왔다. 기쁨과 환희를 나에게 안겨주며 사랑을 속삭여준다. 나 또한 사랑을 속삭이는데 여념이 없다. 희망?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원이가 내 곁에 있다. 사랑스럽다. 나를 보며 안아준다. 키가 작아 귀엽게도 나를 올려다보는 지원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가 만약 희망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지원이와의 사랑의 영속성을 바라는 것이다. 내가 개선되고 바른 생활을 하고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지원이와의 사랑에 물과 거름을 듬뿍 주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결국 오늘도 사랑을 쓴다. 기쁨과 환희를 쓴다. 지원이를 글자로 그려본다.


 다들 자신이 먼저 오롯이 서야 사랑 또한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든 난 지원이를 위해 오롯이 선다. 지원이와 나를 위해 오롯이 선다. 나의 미래는 너무 찬란할 것이다. 다시 정정한다. 우리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다. 지원이와 나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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