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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an 05. 2024

성조숙증 주사와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 고민되나요?

초등 3학년 여자아이들은 10살(만 9살)이 되면 성조숙증 검사를 받는다. 성장판 검사를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받는다. 요즘은 키를 키우기 위해 부모가 돈을 써서라도 키우려고 한다. 검사결과가 또래보다 너무 높게 나오는 게 문제였다. 무조건 필수는 아니지만 실비가 적용되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엄마들이 줄지어서 성조숙증 검사를 받는다. 


우리 아이도 2년 전에 병원 예약이 어려워 몇 시간을 병원에서 기다리며 검사를 했다. 나처럼 단호하고 주관 있는 엄마들도 검사 결과를 보고는 놀라서 당장 주사를 맞는 엄마도 있다. 그냥 세월의 순리대로 놔두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너무 높은 수치에 또 놀라서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딸아이가 2월생으로 예약 잡기가 어려웠고 무작정 외래 접수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부지런하고 정보가 빠른 엄마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여 예약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병원에 다니면서 종종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를 마주하면서 참 성장이 많이 빨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 딸아이는 저체중이라 안심했고 키도 작아서 안심했다. 당연히 성조숙증 주사가 아니라 키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생각했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정반대였다. 너무 작게 태어났는데 급속도로 키가 크고 있다며 놀랬다. 내가 보기엔 또래보다 작다는 생각뿐이었다. 출산 당시를 생각하니 아이는 2.5킬로그램으로 체중미달이었는데 태어나서 2.4킬로그램으로 더 빠졌었다. 그랬다. 아주 작게 태어난 거에 비하면 그래프가 경사가 심했다.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급격하게 크는 아이들일수록 꼭 주사를 맞아야 하는 거라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엄마들이 클 때와 먹는 음식이 달라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병원을 찾게 된다. 

우리 딸은 2.5킬로그램으로 아주 작게 태어났다. 작아서 그런지 우유도, 이유식도 가장 힘든 게 먹이는 거였다.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잘 삼키지 못했나 의문스럽고 미안했다. 그래도 더디게 잘 커준 게 고마웠다. 심지어 하도 작아서 소아과에서 미제로 된 고단백 우유까지 추천받을 정도로 아이는 약하고 작게 자랐다.


그때 당시만 해도 태어날 때 3.5킬로가 정상이었다. 그래도 작게 태어났어도 꾸준히 크면 다행이라고 믿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겨울철이면 코감기, 비염, 축농증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몇몇 이비인후과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래도 동네라 그런지 '아이가 보통 또래 아이들에 비해 편도가 좀  크네요'라는 말만 들었다. 심각하지 않게 얘기해서 듣고 지나쳐 버렸다. 


그렇게 매년 겨울마다 축농증 약을 오래 먹었고, 항생제를 너무 먹는다 싶어서 다른 동네 유명한 이비인후과를 소개받아  갔다. 그 의사는 대뜸 우리 아이를 보자마자 '아데노이드 비대증'이라고 했다. 당장 수술해야 한다며 병원에 소견서를 써 주겠다고 했다. 이런 무지한 엄마 같으니라고 그동안 몇 년 동안 동네 병원만 믿고 항생제만 잔뜩 먹인 거 같아 미안해졌다. 


빠르게 종합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수술날을 잡았다.  인터넷상에 검색해 보니 만 4세가 되면 수술을 해주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때 아이를 전신마취하고 해야 한다고 해서 좀 더 커서 해줘야 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아이가 코가 막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자다 깨어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서둘렀다. 그냥 예민한 성격을 탓만 했지 아데노이드가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 


무사히 7살 한여름에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과 편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마쳤다. 아이는 전신마취하면서 "왜 엄마는 나랑 함께 들어가지 않느냐"라며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옆에 미국 학생은 보호자인 아버지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서늘한 눈빛에 서려있던 딸의 두려움을 읽었다. 미안하고 그 무서움을 알기에 어찌할 줄 몰랐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 누워있는 딸에게 달려가니 마취는 깨어났지만 내 눈을 피했다. 내가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게 너무 한이 되었다. 어린 딸내미를 차가운 수술대 위에 떠나보내는 심정을 말한다는 것도 말 못 할 일이었다.  





2년간 성조숙증 주사를 마쳤고 아이는 주사를 끊고 6개월 후에 진료를 보러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주사를 맞는 동안 한 달에 0.8cm씩 꾸준하게 자랐고, 앞으로도 2년간 더 클 수 있는 성장판이 열려있다고 했다.

카더라 통신에 보면 성조숙증 주사를 맞으면 키가 안 크는 아이도 있고, 생리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또는 주사를 맞으며 키가 자라지 않아서 주사를 끊는 경우도 있다. 선택은 부모의 마음이지만 나도 딸이 키가 안 크는 정체기가 있었다. 그래서 살짝 고민했지만 주사를 멈추지 않고 병원을 찾았을 때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그러니 병원에서 주사 용량을 늘려주고 다시 크기 시작했다.


서로 상호 간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답을 들으면 오해가 없는데 궁금한데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주기를 바란다. 어떻게 표현하지 않고 알아주기를 바랄까? 이런 경우에는 관계가 틀어져 인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눈짓, 말투, 목소리로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서로 격의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부부간도, 의사와 환자 사이도, 부모와 자식 사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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