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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Oct 20. 2023

정자와 난자의 소개팅

시험관아기 시술


pixbay 출처

난자채취 후 복수가 차는 것을 방지를 위해 이온 음료만 하루에 2리터씩 마셨다. 채취된 난자는 배양실로 이동되어 정액에서 채취한 건강한 정자와 소개팅하여 2~5일을 인위적으로 수정시켜 배양한다. 수정된 신선 배아를 자궁내막으로 이식해 임신이 되게 하는 방법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의 막바지에 이르면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다.


이미 임신의 성공 여부는 나의 손을 떠났고 신의 영역인 단계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과는 달리 체외에서 수정시킨 배아를 이식하기 때문에 체외수정이라고 한다.     


이식은 난자 채취하는 것처럼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덜 고통스럽다. 대신 과배란 유도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자연주기보다 높아져 있어서 자궁내막 상태를 보고 이식 여부를 판단한다. 한 번에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이식하고 착상되어 임신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늘 생각했다.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기도 전에 주위에서 만류했던 이유도 착상까지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난임지원금을 받아도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지는 걸 보아왔던 사람들은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망가진다며 반대하기도 했었다. 이미 예상하고 시작한 시험관 아기의 여정이라 고통스런 과정마다 힘들어도 임신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견디고 버텼다.     


시험관 아기 시술 첫 번째로 과배란하고 채취하여 이식하는 것을 ‘한주기’라고 말한다. 한주기에 나온 배아를 이식하는 것을 신선 배아 이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배란으로 자궁내막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이식하지 않는다. 운 좋게도 나는 난자를 많이 채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궁내막이 좋아 신선 배아 3개를 이식했으나 역시 어려운 몸 상태였나보다. 의사는 수정란도 최상급에 자궁내막도 최상급이라고 하셨다. 


의사의 말만 믿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피검사하는 11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보험도 비급여 항목으로 입원비가 비쌌지만 입원하면 임신 성공 확률이 높아 보여서 무리했다. 왠지 입원하면 한방에 임신이 될 것만 같았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차로 두 시간씩 왕복하면 착상이 안 될까 봐 남편을 졸랐다. 환자가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인지 입원실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국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왔으니 어련할까 싶었다. 간신히 6인실에 자리가 하나 남아있어 구석 자리에 입원했다. 침대 옆으로 이온 음료와 두유를 박스 통째로 쌓아둔 입원실의 풍경이 다른 병원의 입원실과 분명 달랐다. 나 역시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거동도 하지 않고 꼼작하지 않고 누워만 지냈다. 각자 이식한 날이 달라서 피검사하는 날짜도 제각각으로 달랐다. 


이심전심이라고 입원 첫날부터 난임이 몇 년 차 인지 시험관은 몇 번째인지 호구조사를 하며 친구처럼 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다음날은 피검사 결과가 비임신으로 나왔는지 울다가 짐을 싸서 조용히 퇴원하는 모습을 보니 우울했다. 입원실에서 동고동락하며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널뛰기했다. 차라리 혼자 1인실이나 내 방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난임 카페에서는 3일 배양과 5일 배양 중에 5일 배양한 것이 좋다고 하지만 착상이 잘 되는 배아가 최고의 배아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자궁의 모양과 위치가 달라서 배아 이식해도 착상도 운처럼 다가왔다. 난자채취 개수와 별개로 동결할 수 있는 수정란이 많기를 기도했다. 다행히도 14개의 수정란을 냉동하겠다고 했을 때 이번에 실패해도 나중에 여러 번 냉동 이식을 해서 임신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냉동 배아가 많다면 과배란 없이 생리 주기에 이식만 해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뛸 듯이 기뻤다. 나는 운 좋게도 냉동 배아가 충분히 나와서 기쁘지만, 누군가는 반대로 수정란이 하나도 안 나와서 이식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야 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자와 정자가 서로 소개팅으로 수정란이 잘 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난임 병원은 기쁜 일이 있어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 난임 병원 대기실은 최대한 엄숙하게 심오하게 가라앉은 장소였다. 입원해 있는 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각자 이식날짜가 다르기에 피 검사하는 날도 다 달랐다. 시한부 날을 받아 놓은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입원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도 표현하지 못하고 슬퍼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숨 쉬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나도 처음 신선 이식했을 때는 임신 호르몬 피검사 수치가 0%였다. 믿기지 않는 듯 재차 확인 후에 엉엉 울었다. 눈이 부어 앞이 보이지 않는 나를 남편은 부축하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잔뜩 기대하고 홀로 집에 버려두고 이번에는 아기를 꼭 가져서 귀환하겠다는 마음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나를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남편에게 피검사 받을 때까지 산모처럼 누워있는 다면서 기대하라고 했었다. 침대 머리맡에 쌓아둔 이온 음료를 마셨고, 수시로 두유와 치즈를 주식처럼 먹으면서 수정란이 찰떡처럼 붙어있기를 바랬다.     



pixbay 출처

신선 배아 이식은 채취 후에 수정란을 배양하여 임신 주기인 배란 시기에 맞춰 이식한다. 나머지 배양된 배아는 동결시킨다. 동결한 것은 처음 신선 배아 이식에 실패하면 냉동 배아 이식을 하거나, 둘째를 낳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과배란을 해서 난자채취를 많이 했을 경우 생리를 두 번 하고 자궁 상태가 좋아지고 나서 이식을 선택한다. 



난임 부부들이 원인불명이 많은데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작하면서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난자가 배출되기는 하나 공난포인 경우도 있고, 난자채취를 많이 해도 기형 난자도 많아서 이식을 못 하기도 한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 있는 불임 클리닉을 3년 다니면서 인공수정을 여러 번 했지만 계속 실패했고 서울로 올라와서 그동안의 경험들을 말하면서 당장 시험관을 권유받았다. 별 탈 없어 보였지만 몰랐던 남편의 정자가 운동성이 떨어져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정자의 개수는 많아도 운동성이 떨어져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이 힘들었겠다는 사실을 이제야 밝혀냈다.      


무조건 난자채취 개수가 많아도 실제로 수정란이 얼마나 나올지가 중요했다. 그 수정란에서도 신선 이식에 쓸 만한지 냉동까지 시킬 수 있는 게 몇 개인지는 며칠 배양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확신할 수 없기에 초를 다투며 긴장하고 기도한다. 제발 제발 이번만은 꼭 되게 해달라고. 수정란이 여러 개 완성되어야 더 안심되고 임신에 실패해도 남은 수정란으로 냉동 이식이 가능하다고 하니 보험처럼 든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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