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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07. 2024

우리 가족 생필품이 된 3분 카레(ft. 오뚜기)

카레 좋아하나요?

저희 집식구들은 카레를 좋아해요. 좋아한다고 해서 그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닌가 봐요.  20년 주부 실력이 드러나는 민낯 글이네요.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요리 있나요?

저는 카레와 짜장이 그래요.  결국엔 3분 카레와 3분 짜장을 애용하게 되었네요.








신혼 초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흔히 할 수 있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계란찜, 계란말이는 어깨너머로 엄마에게 배운 데로 뽐내봤지만 어딘지 모르게 항상 뭔가 부족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다. 음식을 넣는 순서가 틀렸나 싶어  어떻게 하는지 물었고, 시어머님이 끓어주시는 된장찌개도 일품이라 맛 내기 비법을 물으면 무척 기뻐하셨다. 문제는 똑같이 해도 맛은 마찬가지였다. 


수년간 갈고닦은 노하우를 한 번에 배울 수 없는 게 한국 음식이라 생각했다.  엄마들이 알려주는 레시피는 주먹구구식으로 양 조절이 안 돼서 둘 중의 하나 맹숭맹숭 싱겁거나 바닷물처럼 짭짤했다.



한 번은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라고 해서 스탠 냄비에 끓여서 찌개의 맛이 깊지 않은가 고민하다, 뚝배기를 장만해서 끓여서 상에 내놓았다. 역시나 뚝배기인가 싶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맛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하면 남자들이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남편은 어린애들처럼 햄, 계란, 김이면 군소리 없이 진수성찬처럼  맛있게 먹었다. 그렇다고 상차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한 젓가락도 먹지 않았기에 그에게 차려준 밥상은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끓이고 볶은 익힌 김치는 먹어서 김치찌개와 볶음은 단골 메뉴였다.  친정과 시댁에서 받아온 김장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등은 나만 먹는 특별반찬이었다. 



신혼 때는 아시다시피 밥상 차리는 것이 소꿉놀이처럼 장난 같았다.  매번 어떤 요리보다는 좋아하는 찌개류만 주구장창 끓였다. 지금도 그렇듯  주부에게  끼니 걱정은 하루일과 중에 큰 에너지를 소비했다. 우렁각시가 집에 있는 게 소원이었다.









내가 애용하는 오뚜기 3분 카레다.



농사짓는 친정에서 감자를 캐러 오라고 해서 온 가족이 출동하여 감자를 캐주고 한 상자를 얻어왔다. 다행히도 감자로 만든 음식은 가족들이 다 좋아했기 때문에 수시로 감자채 볶음, 감잣국, 카레, 짜장 등을 해서 밥상 위에 올렸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은근히 쉬워 보여도 어려운 게 카레였다.


물을 많이 넣으면 묽어서 싱겁고, 되직하게 하면 짜기 때문에 사 먹는 것처럼 맛이 같지 않았다. 강황이 들어가 있어서 다이어트로도 카레가 좋다고 해서 자주 해 먹곤 했는데 남편이 이제는 카레는 사 먹자고 했다. 희한하게 요리는 할 때마다 맛이 다 달랐다. 같은 재료와 순서로 했는데 정성이 부족했었나?


남편은 내가 상처받는지도 모르고 마트에 파는 3분 카레가 훨씬 맛있다고 애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라고 딱 잘랐다. 


나는 사랑을 가득 담아 정성으로 감자, 돼지고기, 양파, 당근, 새송이버섯을 깍둑썰기해서 준비해 놓고,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카레 가루가 덩어리 질까 물에 미리 풀어두었다가 부어주고 지켜 서서 저어주어야 달라붙지 않는다. 그 어떤 요리보다 간편한 레시피였는데 결코 맛 내기란 쉽지 않았다.






신혼 때 요리도 요리지만 가장 큰 문제가 양 조절이었다. 두 식구뿐인데 끓였다 하면 대식구가 먹을 만큼 푸짐했다. 처음에는 작은 양수냄비로 시작했다가 큰 스탠 냄비로 바꿀 정도로 흘러넘쳤다. 그렇게 한 번 끓이면 한 끼는 고사하고 며칠을 질리도록 먹어야 했다.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게 똑같은 반찬을 밥상에 두 번 이상 올리는 거다.



남편은 손이 크다며 나를 놀렸지만 살림 솜씨가 없는 탓인지 양을 줄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음식만 했다 하면 옆집과 나눠먹을 정도로 푸짐했다. 알뜰살뜰 살림을 배우고 왔어야 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요즘은 딱 먹기 좋게  1인분 용으로 나오는 인스턴트가 있어서 다행이다. 맛도 내가 하는 것보다 훌륭하다.  대신 고기가 적은 듯싶으면 고기를 더 볶아서 넣으면 그만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집 비상식량에는 라면 다음으로 3분 카레와 3분 짜장이 구급약처럼 상비되어 있다. 뭐라 할 수 없는 게 직장맘의 빈자리를 라면만 먹일 수 없어 꼼수를 부렸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잘 먹는다. 무서운 코로나로 등교도 못하고 외출을 못할 때 우리 가족을 살렸던 음식이다. 



 고맙다. 3분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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