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가족은 꿈이자 희망이자 원대한 목표였다. 그 쉽게 보통의 가족의 형태를 갖춘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쩌다 가족이 늘었다는데 우리에게는 2인 부부로 살다아이가 태어나야3인이 되는가족 늘리기가 수학문제 풀듯이쉽지 않았다.
마치 수도자가 수행의 길을 걷는 것처럼 까마득하고 길고도 험난했다. 우아한 백조처럼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해 보이지만 물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해야 하듯 현실이 마치 내 모습과흡사해서 그런지 동지 같았다.
사람마다 똑같은 조건에서 고난을 겪어도 받아들이는 입장과 환경에 따라 강도가 모두 다르다. 남들에게 아무리 쉬운 일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다르기에 쉽지만은 않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듯 열심히 미리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면 합격한다는 보장이 높지만 살다 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끝이 보이지 않는 희망을 향해 가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하는지 당장 포기하고 싶게 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들에게 어쩜 저렇게 '지독하냐', '미쳤다', '창피하지도 않냐'라고 험담을 들어도 끄덕 없이 앞만 보고 달릴 줄 아는 무식함이 뒤따라야 한다. 내 일이 아니니 쉽게 말한다.
내 것을 얻으려면 치열하게 맞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왜 순한 사람들이 억세 지냐고 묻는데 그 물음을 던지는 사람자체가 고생이라는 것을, 실패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인정하게 되면 내 것을 얻을 수 없다. 무조건 해보겠다고 다짐한 순간 반은 미친놈이 되어야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게 된다.
첫사랑도 그랬고, 첫 아이도 그랬고, 내게 있어 쉽게 호락호락한 인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마다 스토리가 있다고 모두가 특별하고 귀한 존재다. 세상에 단 하나의 나를 위대하게 여기고 존중했다.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은 끝이 없었고 포기할 수 없었다. 참고, 참고 또 참듯이 끊임없이 기다렸다.
결혼하기 전부터 고정관념 때문인지 꼭 아이를 낳아서 다복하게 살고 싶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서 항상 따뜻하고 가정이 평안해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지장이 없기에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마치 여자가 화장을 할 때 기초손질을 잘해야만지속력도 오래가고 한 듯 안 한 듯 표시가 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무가 씨앗에서 시작된 삶이 꼭 우리네 인생과도 닮았다. 씨앗에서 새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가듯이 단 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비바람과 온갖 풍파와 해충을 이겨야만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듯 사람도 그랬다. 아프고 않고 성장할 수 없듯이 인생의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병마와 싸우고 성장통을 앓으면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