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May 22. 2024

나만의 퀘렌시아는 도서관

화요갑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 보는 편인가요? 

아니면 내가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편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 답할 수 있나요?




어릴 때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았다. 그러다 독립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도중에 깨달았다. 세상살이는 내 고집으로 뜻대로 살 수 없고, 내 의 아무도 모르게 속사정을 숨기고 굽혀야 할 때가 수없이 많 때문이다. 사회인이 되어 연차가 쌓일수록 눈칫밥을 많이 먹은 탓인지 애늙은이처럼 빨리 주변 상황이나 분위기 파악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되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그렇다'라고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대답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험난한 세상에서 구른 세월 탓인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인지 몰라도 신중하게 결정하는 요령을 배웠다. 어른이 되니 실수가 용납되는 사회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남의 눈치 안 보고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자라니 내 집이라도 해도 내 마음대로 하는 게 눈치 보일 때가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쓸데없는 일은 세상 어느 곳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일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마음껏 읽고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왜 사람들이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았다. 그곳에만 가도 분위기가 고요하고 엄숙하여 진지해진다.  그곳만큼은 나 홀로 어떤 행위를 해도 관찰하지 않는다. 일단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서덩달아 마음이 바빠진다. 많은 사람이 있어도 없는 듯 조용하다. 귀 기울이면 사람의 말소리보다 사물의 움직임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어쩌다 볼펜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려 들리소리가 어찌나 큰지 순간 멈칫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곳이라 최대한 조심하는 마음으로 손짓과 발걸음을 내딛는다. 너무 고요해서 작은 모깃 소리도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재채기가 나오면 아무리 입을 틀어막아도 적막을 깨졌기에 그 미안함이란 수치로 측정 불가능하다. 가끔 서너 살 돼 보이는 아이가 엄마손에 이끌려 들어온다. 해맑은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쏟아낸다. "여기는 어디야?", "왜 조용해야 해?" 솔직하게 묻는 아이의 엄마는 당황하여 헐레벌떡 뛰쳐나가고 만다. 분명 엄마는 책을 찾으러 온 모양인데 주변에 피해를 줄까 하고 나가버린 게 확실했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이 떠올라 이심전심처럼  달려가 아이를 봐줄 테니 얼른 보고 싶은 책을 빌려오라고 하고 싶지만 괜한 오지랖인가 싶어 입을 다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양보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물정 모른다는 얘기 듣기 싫어 발버둥 치던 시절이 떠올라 잠시 회상에 젖다.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행동을 자제하는 도덕적인 공간이라 좋.


눈을 감고 있으면 스르륵, 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에 저절로 자극이 된다. 열심히 책을 보는 당신이 있기에 동기부여되어 오늘 할 일을 재빠르게 마무리 짓는다. 도서관이 가장 좋은 것은 오랜 시간 머물러도 떳떳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에 전념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제각각의 목표가 있다. 자격증 공부하는 사람,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승진을 준비하는 사람, 강의 준비하는 사람 등 자기 할 일이 바빠서 곁에 누가 오고 가는지도 모르게 몰입한다.


도서관에 오면 무조건 휴대폰 알림 설정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한다. 이 시간만큼은 휴대폰도 쉴 시간을 줘야 한다. 아마 사람을 휴대폰처럼 쉴틈도 없이 부려먹게 되면 벌써 못 살겠다고 가출했을지 모른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 틈사이에 머물러 있으면 자질구레한 잡념을 잊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시간도 없다는 듯 자기 할 일에 전념하니 자극받는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곳은 다르다. 시끌시끌한 카페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도서관이 나만의 퀘렌시아다.




#라라크루  #화요갑

작가의 이전글 사춘기와 갱년기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