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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l 05. 2024

또 다른 기다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 속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라고 불확실한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다.

계속 기다려야 할지 그만 기다리고 포기해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언제나 마주하고

어떤 결과든지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6월 30일까지 원고를 퇴고해서 출판사에 보냈다. 보고 또 보고를 아무리 보아도 소용없지라는 마음이지만 또 고칠게 나타나면서 혼란스러워진다. 갈수록 내 글이 괜찮은지 확신도 사라지고 끊임없이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스스로 쪼그라든 마음이 들어 계속 마음이 편치 않다.


"에이, 이만하면 됐겠지?"라고 그만 저장을 하고 파일을 닫아버렸다.

몇 시간이 흘러 또다시 열어서 고쳤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꼴도 보기 싫어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애쓴 나에게 선물이라도 주듯 푹 쉬자고 다독였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글 쓴다고 읽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에

다 쓰고 나면 실컷 읽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새벽마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나와 더듬거리며 주방 식탁 불을 켜고 어두운 적막이 달아나게 했다. 노트북 덮개를 열어 몇 날 며칠을 원고를 불러와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를 반복했던가. 그러고는 노트북 덮개를 열지도 않았었다. 덩그러니 방치된 노트북이 쓸쓸해 보였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가만히 나의 증상을 의심해 보니 번아웃과 비슷해 사례를 찾아봤다.


번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국어사전 출처)


내가 왜 이렇게 의욕이 없고 힘이 없는 걸까라는 답은 찾았다. 그동안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고 다른 일은 모두 제처 두고 우선순위로 꼽았다.



몇 년 동안 블로그에 매일 출근하듯 매일 글을 발행하던 일도 내려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인스타까지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수시로 들락거리며 이웃과 인친들과 소통하면서 지냈었다. 그렇게 쉴 틈도 없이 바쁘게 글을 쓰고 답글을 달면서 지냈다. 모든 일을 멈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대신 방치했던 이메일을 계약한 후로 자주 들락거렸다. 왜냐하면 출판사에서 혹여나 이메일이 올까라는 기다림이었다. 원고를 보내고 나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불안해서였다.

내 글에 이상은 있는지 없는지 수정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로 연락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습관처럼 해오던 일들을 멈춘 것은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썼던 나는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거 같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으로는 글도 쓰고 읽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몰아세웠지만, 내 몸은 따라주지 않고 전혀 움직일 마음조차 없어 보였다. 내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어느 것을 선택하든 불확실한 결과 때문에 기대와 실망이 뒤따랐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행복과 불행을 나란히 마주 보면서 살아가는 일이었다.  글을 쓸 때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이 목적지를 향해서 무작정 달렸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위로하면서 속마음은 1등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기다린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늘 기다리는 것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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