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고, 그녀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우리는 함께 바닷가를 걸었다. 그때 나는 백사장과 바닷물의 경계를 정확히 짓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도 이렇게 애매한 관계로 남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면서.
2. 나의 문장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눈을 뗄 수 없도록 끊임없이 시선을 끌어당기는 파도는 거친 물거품들이 자꾸 따라오라고 손가락질한다. 혼자 지켜보고 있어도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
노을이 지는 수평선에 쭉 늘어선 구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보란듯이 끝없는 수면이 펼쳐진 바다를 나에게 선물한다. 오랜시간 곁에서 지켜 봐주고 말없이 있기만 해도 매일 다른 것을 주려고 애가 탄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위대함을 잊은 듯.
언제나 아무런 대가도 없이 쉬이 다녀가 버려도, 흔적하나 남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그 품은 나를 외면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