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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Sep 03. 2024

내 책이 서점에 나온 후에

<기다림은 희망을 낳고> 

꿈만 같은 요즘이다. 내가 아기를 낳고 어쩔 줄 몰라서 제정신이 아니듯이 책을 출간하고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5년간 꾸준하게 해 왔던 책 읽기와 글쓰기가 되지 않았다. 속의 텍스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하얀 바탕 위에 텍스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면서 시간만 보내고 결국 채우지 못했다. 기분이 좋아서도 아니고 나빠서도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의 축하인사도 기쁘지만 여전히 낯설고 얼떨떨하다. 내가 책을 내면서 주변에 책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은근 부담을 주는 듯한 마음도 들었다.

특히 남편과 가족들이 솔선수범하여 축하한다며 의무적으로 사주었기 때문에 미안함이 올라왔다. 나만 좋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기뻐해서 약간 놀랐다. 그동안 모두 나에게 책 쓴다고 적극적으로 말리면서 아무나 책 쓰는 것이 아니라면서 적극적으로 방해했던 가족들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열심히 달려왔던 나였는지 책을 출간하고 나서 순수하게 내 마음이 담긴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초보작가라 무명작가라서 출판에 대해 마케팅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동안 독서모임을 하면서 수많은 작가를 만났지만 그들도 모두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과정들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나처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 이제는 앞으로 나서서 강연도 하고 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데 두려웠다. 우리는 처음 가는 길을 해보지 않은 무언가를 할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두렵다.

나 역시 비즈니스 쪽으로는 마케팅으로는 경험이 없이 살아왔기에 내 책을 홍보한다는 것은 사달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자꾸만 숨고 싶었다. 


주변에 책을 출간하신 분들의 조언을 들으니 3주간의 홍보기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불태우듯이 해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후회된다고 적극 밀어주었다. mbti로 I형인 내가 갑자기 나를 드러내놓고 자랑하듯의 결과물을 홍보한다는 게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에 멈칫멈칫하게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내가 답답한지 혼내셨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출판기획 에이전시 대표님이셨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살짝 두려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이제 작가님이 하셔야 은요~~"로 말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 강의 계획서, 책 소개, 기획의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책홍보 하셔야 합니다. 나라는 사람을 책을 앞으로 내세워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알려주어도 적극 홍보하는 사람과 나처럼 머뭇머뭇거리면서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했다.  그동안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해 봤다. 결정은 상대방의 몫이니 무조건 책을 알리고 나 자신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사람마다 살아왔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무너뜨리고 무턱대고 하는 게 불편했다. 나는 속으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진을 캡처해서 홍보했다.




간신히 예스 24에 임신/출산분야의 베스트 3위에 올라온 이미지를 캡처해서 올려보았다. 


'축하한다'라는 댓글들이 달리고 축제분위기로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달렸지만 나는 여전히 속으로 뻔뻔해 보였다.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금방 잊힌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은 보기보다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자리가 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쓴 이유를 자꾸 생각해 본다. 책을 내고 나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밥을 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과 함께 출근을 했고, 집안일을 여전히 똑같이 했다. 일상에서의 나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타이틀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작가로서 하나씩 나를 알리고 직업적으로 구분할 일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엄마로, 워킹맘으로, 작가로 더 열심히 자아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처음 가보는 길은 누구나 다 그렇듯이 낯설고 불안하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웅숭그리고 한 발짝씩 더듬거리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 순간도 내게는 인생공부라 생각한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일들을 즐기고 행복하게 하나씩 맞춰서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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