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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16. 2023

문장 수집 -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내 방은 어디에?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시할 뿐,
여성의 본성과 픽션의 본질이라는
거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곧 알게 되실 거예요.


_자기만의 방 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내 공간을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저 아이와 있는 곳은 어디든지

따스했고 향기로웠고 아늑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기만의 방을 원했다.

안방이 아이 방이었고 아이 방이

내 방이라는 생각은 나의 오만이었다.



자기 계발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엄마와는 달리 독립된 존재라고

느낄 때부터였다.



이제는 아이를 주도적이고

독립된 인격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도 나 자신으로 독립되어야 했다.

그래서 새벽 시간에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았다.



안방은 예민한 남편이 자고 있어서

책장 한 장 넘기기 어려워서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

나와 나만의 공간을 찾았다.







나는 내 방도 없이 살면서

나를 찾겠다고 꼼지락거렸던 거다.

그것도 벌써 몇 년째.


과연 내 공간을 찾았는가,


있다 있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

전혀 비밀스럽지 않은 곳,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듯

자신을 바꾸는 곳


바로 식탁이었다.





출처: Unsplash



네 식구가 모여서 오순도순 식사를 하면

식탁 본연의 일을 하게 되고

새벽으로, 늦은 밤중으로는

나의 개인 서재로 변신했다.



그동안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새벽시간에 첫째 아이의 책상을

빌려보기도 하고,

둘째 아이의 방에서

책상을 차지해 봤지만

그들은 이기적 이게도

엄마인 나에게 조차도

그들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있다며

나를 은근슬쩍 밀어내며 거부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라고 했지만

이기적인 것이 본래 사람이라고

내 자식이라고 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분노를 남편에게 터놓자니

나 또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오붓한 안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방을 찾는 것이 오류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그도 그만의 서재를 갖고 싶어 할 텐데

한 번도 투정하지 않았으니

나는 그냥 식탁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음을 곱게 먹고 나니 식탁이 훨씬 좋았다.

6인용 식탁이라 많은 책을 쌓아 올려도

노트북 옆에 트윈 모니터를 설치해도

공간이 남아돌았다.



일분일초를 아끼며 하루를

끼 부리지 않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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