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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05. 2023

공부는 무관심인척해야 잘한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수학경시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아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본다는 생각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시험 당일에 나는 병원에 입원하였기에 부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서 늠름하고 기뻤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공부가 자기 것이 되는가 하면 수동적으로 하는 공부는 역효과가 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들이 그려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 자기 의사 표현이 시작되면서는 밀당이 필요하다.




우리 집만이  아니라 모든 가정의 둘째 아이대체적으로 모든 배움이 빠른 편이다. 아기 때부터 남다른 속도로 기저귀 떼기부터가 시작이었다. 그 후 말하기, 읽기, 그리기, 듣기 등등 눈치도 180단이었다. 덕분에 예체능 학원도 일찍 감치 졸업한 걸 보면 효녀임에 틀림없다. 대신 스스로 찾아보는 공부에는 달인이다. 나쁘게 말하면 유튜브 달인이라고 할까? 시키지도 않은 것들은 잘 배우고 어른인 나보다 뛰어난 것도 많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묻고 따지는 아이였다. 반면 큰 아이는 아직도 공부에 싫증 내지 않고 나름 성취감을 맛본 거 같다. 그렇다고 둘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성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줄 뿐이다.



얼마 전 그동안 읽었던 수십 권의 육아서를 읽고 정리하면서 얻은 것은 단 하나였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다른 육아서에 나오는 대로 따라서 그대로만 한하면 잘못하면 아이가 정반대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 괜스레 아이와 사이만 급격하게 나빠질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해야지 절대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사춘기가 시작하기 전에 진도를 빼야 한다는 정보들이 많은데 잘못하면 공부에 싫증 나서 영영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했

다. 느리더라도 근본에 입각하여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 준다면 아이는 절대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둘째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예전에는 칭찬을 많이 해주었는데 요즘은 시키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기 때는 사소한 것에도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첫걸음마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았다. 한 걸음을 떼었을 때를 잊지 못하고 그날 축하 파티를 했던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칭찬할 일보다는 트집 잡아서 혼낼 궁리만 하는 엄마처럼 꾸중하기 바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믿어주고 바라봐 주기만 해도 아이는 스스로 할 때가 되면 한다. 그렇다고 아예 방목해서는 안 되고, 엄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자제하고 참아야 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처럼 기다리는 일이 엄마로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만 하는 아이를 봐도, 유튜브만 보는 아이를 봐도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도 생각하는 아이라는 것을. "그만 놀고 공부해라~"라는 말이 올라오더라도 꾹 참고 미소를 지어야 한다.


그럼 아이는 절대로 삐뚤어지지 않는다.
엄마가 날 사랑하는데 가슴 아프게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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