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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11. 2023

차 좀 빼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른 시간 남편과 아이들을 각자 회사와 학교로 출근하는 모습을 배웅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진이 빠진 듯 조금 앉아서 숨을 골라야 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의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고요를 깨는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것도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는 번호에 놀라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다.

이 순간 머리는 빠르게 회전한다. 남편은 운전 중 일테고 아이들은 등교 중인 시간에 모르는 번호라.....

일단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


전화를 받자마자 저 편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


"차 좀 빼주세요!!"


"네??"


나는 놀랐다. 주말에 차를 운전하지도 않았고 지정된 주차장소에 얌전히 주차를 해 놓았을 텐데 말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급해 보여 나도 모르게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8시 30분."


이른 아침 붐비는 출근 시간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안방에 가서 자동차 키를 챙겨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급한 마음에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내 차는 주차 어디에 해 놓았나요?"

남편 왈 "늘 하던 곳에 해 놓았지. 그런데 왜?"

금요일에 나를 먼저 내려주고 남편이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왔기에 다른 곳에 주차를 했나 싶어 전화를 걸었는데 남편은 나보다 더 화를 냈다. 남편도 출근시간이라 운전 중이었으니까 황당했는지 모른다.


"어, 차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급해 보여서 내려왔지."


남편 왈 "차 번호와 차주 되시냐고도 묻지 않고?"

그랬다. 그녀는 나에게 차 번호도 묻지 않았고, 차주 되시냐고도 묻지 않았다.

다짜고짜 차를 빼달라는 말이었다.

'여보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하게 몰아붙이는 목소리에 저절로 미안해진 나였다.

내 차로 인해서 출근길이 막혔다면 화날 일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누구나 운전을 하다 보면 주차를 하게 되어있고 때로는 낯선 장소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이중주차를 해 놓은 차를 맞닥뜨리게 된다. 과거에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있었다. 그때 당시 지하 주차장이었는데 가로 주차된 자동차에 남겨진 연락처를 보고 상대에게 어떻게 전화를 걸었는지 복기해 봤다. 나도 급한 상황이었다. 시간 내에 가야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차에서 아이를 받을 수 있었다. 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아무리 급해도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야 한다.


일단 상대의 차 번호를 물으며 차주가 되시냐고 물었다. 그럼 그 차주는 곧바로 차를 이동시키겠다고 달려오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에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했다.


전화예절을 예전에는 누구나 배웠을 텐데라는 의문과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는 저장되어 있는 번호랑 주고받는 대화를 나눠서 잊어버린 걸까. 스마트폰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기에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공손하게 받아야 하는 게 맞는 말이다.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라도 순서에 맞게 사정을 얘기하고 용건을 말해야 하는 게 전화 예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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