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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18. 2023

밤새 글 쓰느라 허우적거리는 나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될 때

벌써 일주일째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재작년부터 책 쓰기를 시작하고 초고를 마무리하며 생긴 병일까.

꿈속에서도 문장을 고치고 있고, 소리 내서 읽어보고 이상한 점이 없는지 찾고 있다. 문장을 문맥이 이상한가 고치려고 반복하며 끙끙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나다. 꿈에서 깨면 현실과 분간이 안 가고 그저 허무하다. 역시 그토록 바라던 작가라는 꿈은 나에겐 무리였는지 자책해 본다.


역시나 내 복잡한 머릿속을 보여주듯 꿈속에서도 우왕좌왕한다. 원씽처럼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딱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난다. 결국 잘 해내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렇게 붙들고만 있는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텐데.


일상 속 무방비 상태일 때, 글 소재들이 마구 떠오른다. 예를 들어 가로등이 켜진 길을 걷다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가로수 길을 스쳐 지나가다, 설거지를 하다가, 욕실청소를 하다가, 중요하지 않은 허드렛일을 하다가 왜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는지. 속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귀한 글감은 저장하고 기록해야 나중에 글로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장기 기억하려고 애쓴다. 결국 주변의 상황만 기억될 뿐 어떤 글감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고 생각할수록 딜레마에 빠진다.


정말 이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괴롭다. 나만 그런 건지 모든 작가님들이 궁금한지 묻고 싶어졌다. 유명 작가님들도 나와 같이 기억하려고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러지 못할 때는 나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지도 궁금하다. 강박증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바로 메모를 하면 그만인데 스마트폰도 없고 메모지도 없는 상황에 더욱 애가 탄다. 난임에세이 초고가 완성되었는데 뭔가 개운하지 않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퇴고하면서 모든 작가들이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와 정보를 주는 책을 썼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내 책의 대상은 난임을 겪는 부부들의 이야기다. 예전 내 경험담으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인데 진실되게 솔직히 글을 썼는데 과연 그들에게 나의 메시지가 전달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염없이 부족한 글이라는 생각에 자신감은 갈수록 떨어진다. 글을 쓰면서 글쓰기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일까? 글쓰기 선생님으로 유명한 김정선, 은유, 박종인 작가의 책을 읽어봐서 더 자신감이 낮아지고 있다.

잘 배워서 내 것으로 체득하여 잘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그만인 것을 아무리 봐도 내 글은 여전히 부족하고 중언부언이다. 뭐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갈래갈래 가지가 너무 많아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알면 고치면 되는데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고마운 일인데 자신감은 쪼그라들고 있다.








유명 작가님들의 책을 읽을수록 나는 더 잘 쓰고 싶어 진다. 최근 카피라이터이신 김민철 작가와 쓰는 직업의 곽아람 기자의 책을 읽으며 더 의욕은 활활 불 타오른다. 그녀들처럼 멋지게 나답게 문장을 휘갈겨 쓰고 싶지만 매력이 넘친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지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 책을 독서모임에서 일주일에 한 권씩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라는 꿈이 생겼다. 그 당시에는 내가 책을 쓰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쓰고 싶은 동기부여가 생긴 것에 감사했는데 요즘은 '왜 그랬을까'라며 나를 돌아보며 깨달았다.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이유였다.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은 갈망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우선순위는 탈고다. 마음은 들판의 갈대처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의지도 없는 사람처럼 휘청거리고 있다. 힘내보자. 꿈에서 자꾸 보여주는 것은 불안한 마음 때문이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며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것을 보면 참 쓰는 힘은 대단한 것이다. 글 쓰면서 나를 사랑하게 됐고 미워하는 아버지를 용서하게 해 주었기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 죽을 때까지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 나에게 우선순위는 탈고다. 마음은 들판의 갈대처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의지도 없는 사람처럼 휘청거리고 있다. 힘내보자. 꿈에서 자꾸 보여주는 것은 불안한 마음 때문이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며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것을 보면 참 쓰는 힘은 대단한 것이다.


글 쓰면서 나를 사랑하게 됐고 미워하는 아버지를 용서했기에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 죽을 때까지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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