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뉘우치는 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끝없이 실수하고 그러면서 더한층 성장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나 실수했어.'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에는 그냥 사실을 인정하는 말 이외에는 어떤 것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내가 실수 좀 했어.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서 실수가 당연한 과정인 듯 그냥 넘겨버립니다.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누구나 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해?' 그러면서 실수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러나 앤은 실수를 대하는 법이 다릅니다.
제게도 좋은 장점이 하나 있는데, 혹시 알고 계셨어요? 저는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는 거예요.
....... 중략
한 사람이 한 번 저지르는 실수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거예요. 하나도 남김없이 저지르고 나면 더는 실수할 일이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맘이 편해요.
초록지붕집의 앤 21. 새로운 맛 창조 중에서
앤은 말합니다.
실수를 하지만 어느새 잊어버리고 또다시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있는데 앤은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앤이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앤은 실수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말하죠
앤이 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실수는 고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수를 하고 고치고 그렇게 살면 더 이상 실수 할 게 없을 거라고
앤의 긍정적인 생각에 살포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앤은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보따리장수에게 염색약을 사게 됩니다.
빨간 머리가 싫었던 앤은 예쁜 머리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염색약을 사서 염색을 하게 되었는데 더 엉망인 머리가 되죠.
할 수 없이 마릴라는 앤의 머리를 자릅니다.
머리를 자르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던 거죠.
예뻐지려는 참사는 앤의 머리가 짧아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앤은 다짐합니다.
나쁜 짓을 한 대가를 받아야지. 방에 들어올 때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미운지 눈으로 확인해야 해. 상상으로 밉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초록지붕집의 앤 27. 허영과 마음의 고통 중에서
끔찍하도록 싫은 자신의 미운 모습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거울을 똑바로 보며 다짐합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미운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 확인을 하고 상상으로 이쁘다고 생각하는 착각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똑바로 직시하고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대단하지 않나요?
이 글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누가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 잡으려고 할까요?
이것이 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앤의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 잘못을 얼마나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나, 현실과 타협하려고 잘못을 슬쩍 밀어 넣지는 않았나를 생각해 봅니다.
어린 앤이 보여주는 삶의 자세에 오늘도 숙연해집니다.
"실수는 누구나 해. 하지만 그걸 바로 잡으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