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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Sep 23. 2024

세상에 아침이 있다는 건 멋지지 않나요?

아침을 맞이하는 법,  하르 상상하기

앤은 초록지붕집에서 아침을 맞아합니다.

남자아이 대신 잘못 오게 되었다는 사실, 그래서 다시 보육원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모르는 그날 아침 마릴라와 매슈에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았어요. 아침엔 그럴 수 없거든요. 세상에 아침이 있다는 건 멋지지 않나요?


모든 아침은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괴로울 때 정신을 차리고 이겨내려면 역시 맑은 날씨가 좋거든요.

                                                               초록지붕집의 앤   4장  초록지붕집의 아침 중에서



이 글을 읽으며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지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을 차릴 필요가 없는 식구들과 살기 때문에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하면 됩니다.

아침에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출근 과정을 마치고 운전대에 앉습니다.

그리곤 습관처럼 "아휴 힘들어."라고 말하게 됩니다. 말이 아니라 한숨 섞인 소리죠.

어떨 땐 뭐가 힘들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밤에 늦게 자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물론  힘든 적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말이 '힘들어' 였던 거죠.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힘든 게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감정적으로 힘든 걸까요?

감정이 힘들다면 어떤 감정 때문에 힘들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아니면 관계의 스트레스일까요?

생각해 보니  습관적으로 힘들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순간 멈칫합다.

사람의 습관은 무서워서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런 제게 앤은 말합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날일지라도 아침이 있다는 건 좋은 거고 아침은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상상하면서 하루를 맞이하면 하루가 더 멋질 거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제 자신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가는 시간에 아직도 힘들어 소리가 먼저 나온다고 할지라도 오늘을 상상합니다.

오늘은 오늘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니까 멋지진 않더라도 소박하게 상상을 하며 아침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길거리의 가로수가 오늘은 재잘거리네.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봐.

유난히 빛깔이 고와. 나한테 인사하는 거 같아.

하늘의 색을 봐.  구름이 멋지게 그림을 그렸어. 오늘 멋지게 보내라고 응원하네

그렇게 출근길을 갑니다.

어떨 때는 오늘 만남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어떤 만남이 날 찾아올까?

오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돼.

어떤 사람을 만날까?

어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올까?

어떤 모습의 일상이 나를 웃게 할까를 상상합니다.


그러면 어느덧 제 얼굴이 살포시 미소가 번지며 기분이 맑아집니다.

한껏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한 날은 내 책상에 앉은 순간부터 다릅니다.

제 몸놀림이 경쾌해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목소리 톤도 밝아지지요.


어떤 안 좋은 일이 어제 있었더라도 어제는 어제야 오늘은 다시 처음 오늘을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집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오늘, 그리고 아침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생각을 하면 가슴 설레는 긴장감과 짜릿함이 옵니다.

그래서 아침을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앤에게 배운 또 하나의 삶의 철학입니다.


아침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침이 있어서 즐겁지 않으세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잖아요.

오늘 상상하세요.

오늘 그 상상에 한발 내디뎌보세요.


앤이 제게 한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한발 내디뎌봅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떤 상상을 하며 아침을 맞이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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