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은 초록지붕집에 살 거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기차역에서 기다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 하는 없는 낯선 곳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
하지만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던 앤은 드디어 매슈를 만나 이야기를 합니다.
앤과 매슈가 처음 만나는 장면
"초록지붕집에 사시는 매슈 커드버드씨죠? 만나 봬서 정말 기뻐요. 혹시 절 데리러 오시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하던 참이었거든요. 못 오시는 이유를 이것저것 상상하고 있었어요. 만약 아저씨가 오늘 밤에도 오지 않으시면, 기찻길을 따라 내려가 저기 모퉁이에 있는 커다란 산벚나무 위에서 밤을 지새우려고 마음먹었어요. 조금도 무섭지 않았을 거예요. 온통 하얗게 꽃이 핀 산벚나무에 올라가 달빛을 맞으며 자는 것도 참 멋지잖아요. 대리석으로 꾸민 방에 머무는 거라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밤엔 안 오시더라도 내일 아침에는 꼭 오실 거로 믿었어요."
초록지붕집의 앤 2장 매슈커트버드가 놀라다 중에서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앤
우리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두려움에 울거나 초초함에 아무 생각도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났다면 기쁜 마음과 원망이 뒤엉켜 울거나 어떤 말도 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앤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앤은 늦은 이유에 대한 원망이나 질책 없이 당당하게 만남을 기뻐합니다.
미안해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변명할 시간도 주지 않네요.
어떻게 밤을 지새울지 생각했다고 하며 그렇게 달빛을 맞으며 자는 것도 멋질 거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아마 매슈는 앤에게 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저도 앤의 말을 따라 상상해 보니 아름다운 정경 때문에 미소가 지어지니까요.
상대방을 참 맘 편하게 만들어줍니다.
앤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고 있네요.
주변이 상황을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 있는 나를 생각해 보면 앤과 대조됩니다.
저는 상대방이 늦으면 얼굴에서부터 짜증을 내고 목소리도 변하게 됩니다.
왜 늦었어라고 질책을 대놓고 못하더라도 온몸에 짜증을 내비치죠.
그런데 앤은 다릅니다.
우리가 앤에게서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 상황을 즐기고 남 탓을 하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
늦은 거에 대한 미안함과 몹시 수줍을 타는 성격의 매슈는 앤의 말을 가만히 들어줍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을 잘 만나지 못했습니다.
매슈라는 인물을 보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며 앤의 지지자가 되어주죠.
매슈는 들어주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가만히 들어주죠.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조용히 들어주는 자세 또한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입니다.
이렇게 들어주는 사람을 앤은 매슈의 사랑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대화하기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대화가 중요합니다.
귀 기울여 들여주면서 상대방이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혼자 이야기하면 오래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오래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일방통행은 관계를 부적절하게 합니다.
대화란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입니다.
진정한 대화를 하고 마음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오늘 만남은 안녕했나요?
제가 오늘 만난 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오늘도 하루를 보냅니다.
오늘 만남을 즐길 준비가 되었나?
나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나?
남탓하지 않고 배려하면서 만남을 즐겼나?
나의 만남은 안녕했나?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나갔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내일은 좀 더 좋은 만남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를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