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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피어 오른 꽃 Mar 15. 2024

술이 늘어버렸다.

저질체력의 회사생활해내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식단을 곁들여봐도 몸이 시원찮지 않음을 꽤 오래 느꼈다. 

여전히 오후 네 시경만 되면 내 하루 체력을 다 쓴 듯했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으며, 자주 어지러웠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과정이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다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수행하듯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팔에 근육이 조금 생기는가 싶기도 하고, 배에 복근 라인이 슬쩍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인 듯 아닌 듯 모래알만큼씩 아주 천천히 나는 변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정말 내가 체력이 나아졌구나.라고 느낀  문득문득 느끼는 지점들이 있었다. 


누나 걷는 거 봐라. 힘차지 않니? 

어린 시절부터 나는 몸에 힘이 없어 흐느적 걷고 서있는 것도 구부정했더랬다. 

학교를 가려고 하면 엄마는 '배 집어넣어, (그럼 엉덩이가 비쭉 나온다.) 엉덩이 집어넣어 (그럼 다시 배가 나온다.)'를 반복하다 학교에 늦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를 앞세워 걸으며 뒤에서 '다리에 히매가리가 없어..ㅉㅉ' 하고 한탄하시던 엄마다. 

그런 엄마가 이제는 내가 걷는 모습을 보시곤 '힘이 생겼다. 속도도 빨라졌다.'라고 어느덧 지긋하게 나이 든 딸을 보고 대견해하신다. 

아무래도 운동으로 근력이 키워지니 서있는 모습부터 걷는 모습까지 모두 변화가 생겼나 보다. 


살이 찌거나 or 빠지고 있다. 

나의 경우 워낙 마르고 작은 체구였던지라, 운동을 시작하니 오히려 살이 붙기 시작했다. 

당시 내 소원은 입맛이 생겨 뭐든 복스럽게 먹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는데, 운동을 하다 보니 아주 서서히 소화기능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심하게 체한 것이 아닌 이상) 소화가 안되거나 배가 아프다가도 운동을 하고 나면 속이 개운해진다거나, 혈액순환이 되면서 컨디션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면서 꼭 건강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입에서 당기는 것을 먹으며 먹는 행위를 즐기게 되었다. 이전에 말했듯 나는 빵순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면서 근육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체지방도 같이 키우게 되었는데, 살이 좀 더 찌니 한결 기운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너 3대 몇 쳐? 데드 몇 킬로 들어?

다른 PT 샵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와 만나면 언제부터인가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가 '무게를 얼마나 드는가, 어떤 운동 장비를 사용하느냐.'이다. (정작 무게는 우스운 수준이지만 말이다 ^^;)

처음에는 힘이 없어 체격이 훨씬 큰 친구와 나를 비견할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PT를 받은 지 2년여쯤 지나고 나니 내 무게를 훌쩍 넘기며 데드리프트를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물론 절대적인 무게가 체력과 운동 수행능력의 척도는 아니나) 간혹 자랑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쩌나? 

나도 이제는 친구들에게 언급할만한 무게를 들 수 있다는 시점이 왔을 때 내 체력이 이만큼 올라왔구나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등산을 해도 다리에 알이 베이지 않는다. 

운동을 하기 몇 년 전에는 청계산을 올라갔다 와도 다리에 알이 배어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만큼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써서 올라가지 못했단 소리고, 평소 운동량도 현저히 낮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높이의 산이 아니고서야 어느 정도 걷고 난 후에는 다리에 피로감이 훨씬 줄어들고 알이 배는 일조차 없다.

꾸준한 운동은 더 많은 운동을 해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되어준다.

술이 늘었다. 

운동하고 마시는 술의 맛을 안다면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운동하고 마시는 술은 꿀맛!(이지만 근손실의 지름길인지라 지양하여야 한다.)

나는 갈증을 워낙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서 타는 듯한 목마름에 물도 아니고 음료수도 아닌 맥주를 마셔주었을 때의 그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뿐 아니라 평소 (공황장애와 미주신경실신 탓에) 어지러움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는 점점 술을 마셔도 크게 어지럽지 않다는 생각에 자꾸 술을 찾게 되는 부작용을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무튼 지금은 술이 전보다 늘어 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체력이 좋아지며 가장 즐기게 된 대표적인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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