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47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선데이 에세이]_봄을 바라봄

by 민트아트 Apr 06.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다행스럽게도 봄이 왔습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합니다. 이번 주 선데이 에세이 주제는 '봄'이었습니다. 요즘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을 읽고 있는데요. 단어를 공감각적으로 분석하는 접근방식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어의 발음 특성과 감정을 연결한 글은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글 초반에 한 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따라 하며 배우는 맛이 있으니까요.




# 봄을 바라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봄이다. 여름은 덥고, 가을은 쓸쓸하고, 겨울은 춥고 스산해서 결국 봄이다. 봄은 '보다(見)'의 명사형과 모양이 같아 '봄을 바라봄'과 같이 말놀이를 할 수 있어 재미있다. 실제로 '보다'의 명사형에서 '봄(春)'의 어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도 있으니 말놀이만으로 그치지 않는다고 하겠다. 봄은 짧고 경쾌하게 발음하는 것도 좋지만 '보옴'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정하게 느껴져 더 좋다. 단어를 마무리하는 입이 예쁘게 오므려져서 귀엽다. 이런 봄에게 야속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너무 짧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더 짧아지고 있어 참 속상하다.


결혼 이후에도 봄은 어김없이 계속 찾아왔지만 나는 그 사랑하는 봄을 느끼고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꽃이 폈구나, 꽃이 지는구나, 봄이 끝났구나"

를 반복하며 봄을 진정으로 바라볼 여유 없이 한 해 한 해를 의무처럼 보내버렸다.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꽃놀이 하러 가서 사진을 찍어주느라 봄과 함께 있었음에도 말이다. 봄보다는 예쁜 내 새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봄이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온 건 2년 전쯤부터인 것 같다. 난 원래 연둣빛과 초록색 시리즈들을 좋아하는 데 이 색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감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이 내려준 축복의 색이 눈 한가득 들어오면 그렇게 충만할 수가 없다. 게다가 봄은 노란색, 흰색, 크림색, 연분홍색, 꽃분홍색 등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색 공부를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중년 세대들이 SNS 프로필을 꽃 사진으로 바꾸고 왜 그렇게 꽃 사진을 찍어댔는지, 꽃에 심취했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인생의 가을 길을 걷고 있는 나는 화려한 단풍의 시간에 들어와 있지만 곧 낙엽이 되어 떨어질 것을 예감한다. 내 인생의 봄이 언제였던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 봄의 근사함과 소중함인 것 같다. 그때가 아쉽고 그립다. 조금 더 즐길걸, 조금 더 행복할걸, 조금 더 웃고 지낼걸.....


그렇다고 해서 나의 가을이 불행한 건 아니다. 인생의 봄은 지나갔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봄을 해마다 느끼게 해주는 자연과 함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나는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글 서두에 단점을 이야기한 다른 계절들에게 사과한다. 여름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의 싱그러움과 초록의 절정이 있고 좋고, 가을은 화려하면서도 정열적인 붉은색 잔치를 볼 수 있어서 좋고, 겨울은 순수한 순백색의 눈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각 계절의 장점을 경험해 볼 수 있기에 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긴 겨울을 뚫고 나온 새싹으로, 꽃잎의 예쁜 색깔로 생명의 시작과 기운을 전해주는 설레는 봄, 이 나이를 먹어도 가슴이 빵 터질 듯 봄바람을 넣어주어 고맙다. 봄아!




선생님들의 봄은 음식으로, 3월의 학생에 대한 기억으로, 자목련에 대한 감동으로, 지금은 남편이 된 애인이 사준 벚꽃 피는 날 솜사탕으로 추억되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아름다운 봄을 공유하며 우리는 또 풍성해진 봄의 추억에 흠뻑 빠져보았습니다. 봄이 만들어내는 색깔을 함께 감상하고 싶어 글보다는 사진을 많이 올려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브런치 글 이미지 4
브런치 글 이미지 5
브런치 글 이미지 6
브런치 글 이미지 7
브런치 글 이미지 8
브런치 글 이미지 9
브런치 글 이미지 10
브런치 글 이미지 11


매거진의 이전글 [선데이 에세이]_질투심이라는 내 삶의 에너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