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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밍블 May 06. 2021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년을 기다린 소설집, 글을 읽는 즐거움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기다렸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써낸 소설속에서 나를 보고 시대를 보는 것이 너무 재밌었기에. 요즘 화두는 무엇인가?를 분석적인 리포트가 아니라 사람사는 이야기로 읽는 것은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 이야기들은 어둡고 무겁다 느껴졌어요. 코로나19로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이 많아서였을까요? 그냥 지금의 현실이 이렇게 어렵기 때문일까요.? 예술과 젠더의 문제들이 주를 이뤘고 퀴어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것들은 이제 고정이구나 싶기도해서 신선하지 않다여겨지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여전히 이런 문제들이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잘 반영했다 할 수도 있겠죠?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_전하영



직장내 미투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학부때로 돌아가 장 피에르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역시 미투인가 싶었는데...다 읽고나니 예술과 젠더의 문제가 남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이슈보다 모두 다 이기적인 마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제 위주로 생각해서 ^^;.)


연수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도대체 뭔가.p54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p56

결국 자신의 문제에 집중해 살다보니 서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친하다고 여긴 사람도 잘 알지 못했으며 묘한 경쟁심을 가지기도 하고 열패감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희망은 연수의 문자입니다.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하며 주체성을 가진 삶을 살겠다는 이야기 말이죠.  


사랑하는 일_김지연


제목이 맘에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것도 일이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어느정도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 하고 생각했어요.

퀴어이야기이면서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심각하지 않으면서 귀여운 소설이었어요. 다르게 말해서 철이 없고 책임감이 없다고 느껴지는 면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영지같은 친구가 템포를 맞추어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건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이상 그럴 수 없었을 때 더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건 이미 주어진 일 같은 거였는데 그 사랑을 이어가는 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무조건적인 사랑 같은 건 없으니까.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이 되고 매일 사랑하는 일을 한다.p150
시간이....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시간은 내 마음 같은 건 아랑곳 않고 자기 할일을 했고 우리도 그저 우리 할일을 할 따름이었다.





목화맨션_김혜진

부동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목화맨션은 집주인,세입자의 관계가 엎치락 뒤차락해요. 누가 약자인지 누가 강자인지 모르게 글을 끌고 가는 힘이 묘했어요. 집주인에 이입했다가 세입자가 더 단단하다고 여겼다가...그런것이 참 작가의 능력이다는 생각이 들고 매우 탄탄한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뭐든 남들보다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문제 없어요.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걱정할 거 없어.p169


우리의 사회가 하나의 약속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그리고 그 약속이 모든 개인의 이익과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를 위한 합의였다면, 그러한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러니까 계약 이전에 예감이 있었고, 또한 누군가에 대한 마음 쓰임과 누군가를 향한 마음 씀이 있었다.(임정균,해설)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임정균님의 해설때문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 대한 마음 쓰임과 누군가를 향한 마음 씀...집주인과 세입자의 계약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상황을 말없이 공감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이들의 어려움과 별개로 돈독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저에게도 저 말이 계속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뭐든 남들보다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문제 없어.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걱정할 거 없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_박서련


아 박서련 작가님.

더 셜리클럽으로 알게 됐는데 이 소설 새로웠어요. 사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제가 기대한 소설은 이런거였지 싶었어요.ㅎㅎㅎ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와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에 대한 고루한 질문이 새로운 방식으로 떠올랐어요. 게임을 안하는 저로서는 새로운 세계라는 것도 흥미로웠구요. 소설자체가 흥미진진하고 허점이 없이 스피디하게 흘러가서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생각할 정도? 해설도 좋아서 해설을 옮겨봅니다.

당신 역시 아이에게 모범적으로 플레이하면 상위 랭크로 올라갈 수 있다는 룰을 가르치려고 애써왔지만 이제 게임 자체가 당신에게 공허한 것으로 변했다. 그 게임속에 여성이자 엄마로서의 당신의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 역설적인 구조 속에서 당신은 피해자인 동시에 공모자다. 당신의 치밀한 교육도, 실력있는 여성과의 연대도 그 룰 자체를 향해 있지 않기에 핵심을 끝끝내 비켜갔다.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시키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 아이 역시 자신의 몫을 부모에게 전가하지 않는 법, 친구 사이에서 나와 타인을 분리하는 법 결국 이 모든 것은 같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망에서 나를 구성하는 법 그리고 나는 나이되 서로 다른 게임의 룰을 정하고 배려하는 법 말이죠. 늘 같은 나이지만 언제나 나만 주장하며 사는 건 함께 사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거든요.



현실을 반영하되 따뜻한 이야기 위주로 리뷰해봤습니다.

각자 다른 접근, 다른 생각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해요.

좋은 글 써주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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