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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Jul 12. 2020

여행이 필요한 이유

나는 잘 살고 싶으니까.

얼마전 지인들과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했다.

각자의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자연스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몇몇의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여행을 꼽았는데 아마 우리 모임의 일원이 아녀도 좋아하는 것에 '여행'은 빠지지 않는 '취향'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나는, 여행지에 가면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아 좋다.


여행지가 아닌 나의 일상은 늘 비슷하게 돌아가며 그러한 루틴은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눈뜨고, 화장하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아이를 재우고.

하루는 크게 다를 것 없이 5번 반복되어 평일을 이루고 주말은 주말의 일상으로 두번 채워진다.

눈뜨고, 여유를 부리다, 괜찮은 카페나 맛집을 다녀오고, 저녁하고, 아이를 재우고.

평일5일 주말 2일의 일주일은 다시 4번 반복되고 한달은 열두번이 반복되더니 1년이 순식간인데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고민했고 발전하며 살았는지는 연말이 되어서야 더듬더듬 하며 나를 살피게 되는 것이다.

반면 여행지에서의 시계는 한없이 여유롭다.

모든것이 낯설기에 익숙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게다가 서툴고 어색한 낯설음이 불편하거나 기분나쁘지도 않다.

실수를 해도 배웠다 여길 수 있고 불친절 또한 여행지의 에피소드가 된다.

이국적인 풍경, 고유하고 이색적인 음식들, 너도나도 찍고 간 관광스팟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의 추억으로 저장되니 하루를 머물러도 기억되는 것이 한가득이다.

그러니 1박2일이든, 2박3일이든 아무리 짧은 여행도 평소에 보내는 24시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나는 내 인생을 꽤 애정하는지 내 인생을 꽉차게, 풍성하게 누리고 싶다.

여행은 가느다랗고 평범한 24시간을 나만의 모양으로 반죽하는 기분좋은 작업처럼 여겨진다. 부풀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맛있어지는 베이킹같이.


여행지에 머무른 시간만 불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준비할때, 다녀와서 기억할때, 여행지의 시간은 앞뒤로 더 길어지는 마법을 부리기까지 한다. 그러니 여행을 좋아할 수 밖에.


그냥 내 인생을 살면되는 것인데 나는 뭘 그렇게 멈추어 생각하고 싶은걸까?

왜 그렇게 시간이 필요한 걸까?


생각해보면 내그릇이 부족해서 그렇다.

평일의 일상, 주말의 일상

내게 익숙한 딱 그만큼의 일상만 반복하기에도 나는 꽤 버거운데 욕심은 많아서 다른 이의 인생에도 개입하고 싶고 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누군가의 일상을, 마음을 이해하기엔 내 작은 그릇이 가당치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나는 그릇을 크게 넓히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이 여행지에서는 여러모양으로 가능했다. 여행을 통해 시간과 경험을 얻는것이다.


나는 지금 휴직중이다.

일하는 시간만 빼도 엄청난 시간이 내게 주어졌는데 어느덧 휴직의 생활도 익숙해졌다.

이제는 휴직의 일상이 되어 그냥 통으로 익숙하게 굴러간다.


결국 절대적인 시간부족이 문제가 아녔다는 뻔한 깨달음을 얻으며 역시나 여행을 꿈꾼다.

일상과 다른 배경에서 새롭게 얻어지는 시간과 경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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