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을 읽고
'행복하기 싫다'는 내 말은 정확히는 '행복을 목표로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승진' '결혼' '내 집 마련'등과 동의어로 여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 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내 손을 오래 바라본다.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불안도 외로움도 없이, 성취도 자부심도 없이, 기쁨으로만 기뻤던 때가 있었던가. [시와 산책 p30 / 한정원]
할머니가 온전치 못한 이목구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할 때, 손가락이 없어 뭉툭한 그녀의 손을 내가 쓰다듬으며 그 노래를 들을 때, 우리 사이에 무엇이 있었다.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행복은 그녀나 나에게 있지 않고 그녀와 나 사이에, 얽힌 우리의 손 위에 가만히 내려와 있었다. [시와 산책-행복을 믿으세요?/한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