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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Oct 16. 2020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안 돼?

아침 7시.


내가 대략 눈을 뜨는 시간이다.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계를 확인하고 잠시 생각한다. 신문기사를 볼지 더 눈을 감고 있을지. 매일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듯 하지만 사실 시간을 본 다음 하는 일은 블로그에 접속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고민할 필요 없이 아침 준비다. 아침 먹고 치우고 난 뒤에 하는 일은 경제기사를 블로그에 요약하는 것. 귀찮기도 하고 시간이 들기도 해서 이제 그만해야지 하는데 기사를 선정하고 요약하는 행위를 통해 내가 얻는 게 많아서 올해까지는 계속해야지- 하고 있다. 경제신문을 쭉 훑어보고 그중에 6개의 기사를 고르고, 블로그에 요약정리를 하는 것이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일이 아닌데 1시간이 걸린다. 새벽시간에 집중해서 하는 일이 아닌지라 아이들 들락거리고 나 역시 이 창 저 창 기웃거리다 보면 두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아! 9시에 주식시장이 시작되면 나의 주식들이 간밤에 크게 하락할, 또는 급등할!  '재료'가 있었던 건 아닌지 확인도 해야 해서 더 더 느려질 때가 많다. 나의 아침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오전 시간은 매일 집에 있는 내가 그나마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우는 시간 같아서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 정도 하면 아이들이 들락거리는 것은 좀 여유 있게 받아주는 편. 물론 내가 아침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아이들의 일과도 오전에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나랑 기질이 비슷한 둘째는 오전에 자신의 할 일을 끝내는 편이다. 눈 뜨면 방으로 와 재잘재잘 이야기하다가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다. 내가 신문기사를 보는 시간에 본인도 수학 문제집을 집중해서 풀고 내 방 침대에 두고 나간다. 그리고 그다음 할 일을 하고 한글동화 2권, 영어동화 2권을 읽은 후 역시 내 방에 가져다 둔다.


 "엄마, 오늘 내가 읽은 책이야. 나 이제 쉰다!"


아이가 이 말을 하면 너무 대견하고 예쁘면서도 앗 벌써 아이 쉬는 시간이면 내 쉬는 시간은 끝났구나 싶어서 심장박동이 조금 빨라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첫째는 즉흥적이고 순간에 몰입하는 편이라 매일 할 일을 정해두었지만 최대한 미뤘다가 몰아서 하는 편이다. 책 읽기만 해도 동생과 같은 한글책 2권, 영어책 2권인데 가령 고르는 책이 동생처럼 얇은 그림책이 아닌 글자가 많은 지식박물관 책이랄지 과학서적이랄지 내가 보기엔 두껍기만 한 책이다. 자신의 흥미위주로 고르긴 하나 두꺼운 책이라 보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 책만 두 권 고르면 책 두 권만 보고 하루가 다 끝날 것 같아서 1권을 봐도 2권을 읽은 걸로 해주긴 하나 왠지 요령이 없는 아이다 싶어 아쉽다. 꾀부리며 얇은 책만 보면 그것도 얄밉겠지만 두 아이가 이렇게 다른 패턴을 보이니 한 명에겐 이런 아쉬움, 한 명에겐 저런 아쉬움을 보이며 우산장수, 부채장수 자식을 둔 부모처럼 오락가락한다.


오후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결국 첫째는 저녁시간에 밀린 공부를 시작하는데 저녁에 몰아서 하다 보니 자기는 놀지도 못하고 과중한 공부에 억눌린 느낌이 드는지 뚱한 표정일 때가 많다.


나는 늘 얘기한다. 책을 좀 짧은 걸 골라 아침에 후딱 읽으라고. 해야 하는 일이 많지도 않은데 오전에 책 한 권을 내내 붙잡고 있으며 놀다가 저녁이 돼서야 숙제를 시작하니 나도 답답해서 열불이 난다. 뾰로통한 얼굴로 할 일이 많다 하는 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는 엄마가 되는 것 같아 억울하달까?


나의 저녁시간은 또 저녁을 준비하고 정리하고 아이들 할 일을 체크해주고 책도 보고 유튜브 강의도 듣고 그런 시간이다. 오전에 비해 꼭 해야 하는 것들은 아니고 그날그날의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정도랄까? 아이들에게도 오후 시간은 그렇게 여겨지면 좋은데 우리 첫째에게는 스트레스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나도 마음이 무겁다.

그러면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니 마음은 점점 더 시커메진다.


첫째 아이는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며 나에게 심각하게 말했다.


"엄마, 나 진짜 솔직하게 쓸 거야. 내 마음 그대로 일기에 쓴다~!"


솔직한 아이의 마음이라 봤자 엄마가 무섭다, 숙제하기 싫다 이런 류의 것이겠지 가볍게 여겼지만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은 그런 내용이 무섭기도 했다. 나도 쿨하고 나이스 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인기 없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하면서 아이의 일기를 그다음 날에야 들춰 보았다. 정말 두려웠달까?


아이는 제목 뽑아내는 능력부터 최고다. 마음 날씨라니. 너야말로 작가다!마음날씨가 이렇게 최악인 날도 예쁜 글을 쓰는 네가 이 와중에 부럽다.


다음 날 아이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며 주저주저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왜 무슨 일인데?"

"아니....."

"왜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엄마들이 다 그렇듯 나는 눈치가 매우 빠르다.)

"아니...."

"괜찮아, 얘기해봐. 서로 조정하는 거야. 너무 스트레스가 되면 좋지 않으니까."

"응.. 나 뭐 좀.. 안 했으면.... 하는 게..."

"응. 뭘 빼줄까? 뭐가 젤 힘든데?"

"일기! 일기를 매일 쓰는 건 힘들어. 매일 할 일 중에 늘 그게 남잖아."


매일 할 일 중에 일기가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거라 매일 쓰지 말고 일주일에 세 번만 쓰라고 했다. 사실 원래 일주일에 세 번 쓰는 건데 아이들이 매일 쓴 거였으니 빼주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쁘게 쓰는 일기를 매일 못 본다는 게 너무 아쉽다. 엄마는 네 마음을 보면서 엄마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말이야. 게다가 이렇게 브런치에 글감을 제공해주는 게 바로 네 일기였는데.. 내 마음은 다르게 까맣게 탔다.ㅋㅋㅋㅋㅋ


우리의 이런 별다를 게 없는 하루 일과가 네 일기로 얼마나 의미 있는 기록이 되니~~

아쉽다 아쉬워.

다른 공부를 빼고 일기를 매일 쓰는 건 어떨지 딜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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