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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18. 2019

엄마 회사 가지 마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아이가 아프다.
아파도 하필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렸다.
어린이집 등원도 못하고 집콕 이틀째.
아파도 하필 후덥지근한 이 여름이라니.

새로 찾은 옆동네 소아과가 제법 아이와 잘 맞는 것 같다. 해열제와 복통 진통제 그리고 유산균으로 당장의 고열과 복통을 동반한 설사는 멈췄다.

하지만 아이의 무한 찡찡거림만은 멈추지 않았다.

시험공부 앞두고 꼭 청소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심보인지, 나는 꼭 이런 상황에 “내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가 자는 동안 오직 나만의 시간을 좀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픈 아이는 엄마가 곁에서 일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살포시 일어나 흐느끼며 우는 건 뭐라니.

“너 솔직히 말해봐. 아프니까 이참에 엄마한테 더 어리광 부리는 거지?”
매몰차게 묻는 엄마의 질문에 아직 순박한 아이는 또 있는 그대로 답을 했다.
“네.”

낮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를 재우는 저녁.
혹여 네가 자는 동안 엄마가 바로 옆에 없어도 무서워하지 말라고, 엄마 아빠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절대 무섭게 혼자 두지 않는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회사 가지 마. 아빠가 회사 가니까, 엄마는 옆에 있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엄마도 일 하고 싶은데.
표준치료가 끝나는 내년에는 뭐라도 작정하고 내 일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아이보다 좀 더 오래 살았다고 순발력이라는 게 발동을 했다.

“엄마 아파서 회사 못가. 엄마가 일을 하고 싶긴 한데, 엄마는 아파서 당장 회사 못가. 걱정 마.”

엄마가 아파서 아픈 네 옆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 애매한 엔딩은 무엇인지.

어쨌든, 내 새끼 잘도 잔다.
참, 미안하고 힘들고 안쓰럽고 힘들고 멍하고 돌겠는 하루가 또 지나갔다.


아가야.

제발 튼튼하게 자라 다오.

항암 하느라 저질체력이 된 엄마가 심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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