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하아버지 보고프쁘다.”
외갓집에 가면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냐고, 병원에 가면 할아버지 만날 수 있느냐고 묻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이었다.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요 며칠 아빠 생각이 났다.
날도 더운데 아빠 좋아하시는 을밀대 냉면을 사 갈까 싶었고, 오늘은 또 어떤 주제로 아빠한테 말싸움을 걸어서 뇌 세포를 활성화시켜드릴까 싶었는데, 꼭 현실 인식은 한 템포씩 느리다.
아빠 생각의 마지막 장면은 임종의 순간이 아니라, 아빠 앞에서 두건을 벗고 우스개 소리를 해 댔던 11층 병실에서의 그 장면이다.
이제 가장 힘든 항암제가 끝났다고.
방사선 치료 들어간다고.
머리가 다 빠졌는데 예상외로 두상이 예쁘다고.
신기하게도 뒷머리는 좀 남아있다고.
나 이렇게 씩씩하게 치료 잘 받고 있다고.
역시 나는 전쟁에서 중상을 입고도 끝내 살아낸 아빠 딸이 맞다고 떠들었던 그 순간순간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헤집어 놓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빠가 기억하시는 내 마지막 모습은 항암 하느라 머리 다 빠진 암환자였겠구나.
마지막 숨 끊어지시던 그 순간까지, 눈을 감으신 채로 흘리시던 눈물 중 어느 하나는 하나뿐인 이 딸자식 걱정이었겠구나 싶어 가슴이 찢어지고 찢어진다.
엄마가 흐느껴 우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싫은 건지 졸린 건지 옆에서 부스럭거리던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야.
꿈나라에서 할아버지 만나거든, 엄마 잘 지내고 있다고, 머리도 많이 자랐다고, 걱정하시지 말라고, 보고 싶다고 전해줘. 응?
할 수 있는 게 후회와 부탁뿐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엄마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