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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Sep 01. 2019

일상의 힘

독박육아 도치맘 에세이

아이의 어린이집을 두고 고민하는 이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생활 리듬이 생기면, 부모가 어려움을 겪고 힘들고 불안정한 상황에 닥치더라도 아이는 그 리듬 안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살면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다고.
어린이집에 가면 때 되면 밥 먹고 놀고 자고 먹고 놀고, 이런 리듬이 생기는데 이게 아이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고.

아직 뭐라 정확히 떠들 수 없고 그러면 안 되는, 뭐라 정리하기도 참 젠장맞을 일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이것 하나는 그래도 안정적으로 해결됐다 싶은 것에 폭탄이 떨어진 느낌이랄까.
예상했으면서도 어렵고 알겠으면서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눠놓고선 내가 무슨 말을 했고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가 막히고 어이없고 짜증 나고 어지럽고, 뭐랄까 뒷목에 돌 세 덩이는 올려놓은 것 같다.
신은 대체 나에게 왜 이러시나 싶고, 피할 구멍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분명 지혜를 달라며 기도했는데 그날 그 시간 내게 지혜라는 게 존재했을까.

하루 반나절은 넘게 잠을 잔 것 같다.
마침 감기몸살에 걸려 그 핑계로 약을 먹고 그냥 잤다.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리고 일어나니 평범한 주말의 일상이 나를 맞이했다.
아이가 아빠와 낮잠을 자는 사이에 대공원 산책을 나섰다. 걷고 걷고 걷고 초록을 보고 보고 물소리인지 클럽 소리인지를 듣고 들었다.
책장을 열었다 닫고 글을 썼다 지우고, 밥상을 차리고 치웠다.

​언젠가 너무나 상황이 어려워 어린이집을 그만둬야겠다던 어떤 이에게, 어느 현명한 이가 이런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일상을 놓지 마.”
그런 상황에 이런 조언을 들었는데, 언니의 생각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을 했더랬다.
“응 맞아. 일상을 놓지 마. 아이들은 생활리듬 속에서 보호를 받고 우리는 일상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서울랜드에 클럽이 열렸는지 어쨌는지 어제부터 하루 종일 밤낮없이 요란하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 혼자 앉아 중얼거린다.
일상을 잡자고.

일상을 살아 내다 보면 슬픔도 분노도 짜증도 어려움도 우울감도 다 물 흐르듯 지나가 있을 거라고.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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