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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Sep 05. 2019

아프면서 큰다지만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나 아피니까 항금성 못가.”

(이곳은 어린이집에도 인격이 있다. 인격도 있고 이름도 있다. 황금성이라고.)


지난 주말부터 아이가 아프다.
미열을 동반한 콧물감기가 왔길래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몸 사리고 있었는데, 지난밤부터 고열에 콧물과 기침감기가 되어버렸다.
“내일은 어린이집 보낼 수 있겠다.”말해놓고
“오늘까지는 집에서 쉬자.”며 번복하기를 수차례.
오늘은 갈 수 있을까.


지난 저녁에는 어린이집 긴급회의가 있었다.
아빠랑 딸을 집에 두고 장소로 가는 중,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야?”
응 엄마 마을버스야.

“엄마 버시타고 어디가?”
응 엄마 00이네 집에 회의하러 가.

“나도 00이랑 놀고프쁘다.”
근데 00 이는 달님이 와서 씻고 잔대. 어른들만 모여서 회의할 거래.

“엄마. 전부 다들 집으로 가고 있는데 왜 엄마는 안 와?”...
“나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언제 와?”

...
“엄마. 나 아프고 엄마도 아피니까 빨리 와.”


이제는 제법 전화통화라는 것도 하고 대화가 된다.

어린이집에서의 일을 물어보면 또 제법 정확하게 기억을 해 전달도 한다.

아이가 아프고나면 문장 구사력이 한 마디씩 향상되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표적 항암 맞는 날이라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아직도 열이라는 게 잡히지가 않아 걱정이다.

혹여나 응급실 가야 할까 봐, 또 입원해야 할까 봐 전전긍긍.

게다가 추석연휴에 가을방학인걸 또 깜박해서,

무리해서 크게 아플까봐 몸을 사렸던게 월 초반부터 보육일수의 압박으로 돌아와서 노심초사.

아프면서 큰다지만, 아프면서 정말 많이 컸다만, 이런 날은 참 힘이 든다.

아까 병원 갔을때 가정에서의 안정을 요한다는 내용의 서류 한 장만 작성해 달라고 할 것을, 그걸 또 깜박했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받으려면 월 11일의 출석 일수를 채워야 한다. 만약 아이가 아파서 출석이 어려울 경우 병원을 통해 아이의 가정보육이 필요하다는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이가 감염성 바이러스로 등원을 하지 못한 날 어린이집 이용 시간에 시간제보육 서비스를 받은 것을 소명하는 용도로 제출한 적은 있어도 이런 경우는 아직 처음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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