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이거 이삔거야. 내가 이거 빌려줄게.”
새로 처방받는 항생제가 좀 듣나 싶더니만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정도 열 가지고 응급실을 가면 받아주겠냐는 남편의 잔소리는 귓등으로 흘린 채 병원 갈 채비를 했다. 항암환자는 열이 나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핸드폰과 충전기와 신분증과 카드를 넣어 다닐만한 , 누가 주워가지도 않게 생긴 작은 가방이 필요했다. 내 귀중품을 챙겨줄 보호자가 있지 않을 예정이니, 내 짐은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하니까.
우리 집 언니가 달려와 자신이 아끼는 키티 가방을 주고 갔다.
다 뜯어진 키티 핸드백.
예쁜 거라고.
엄마 이거 들고 가라고.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에 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온 가족이 다 같이 와버렸다.
엄마는 어른 응급실로, 마침 아팠던 아이는 소아응급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보호자는 어디 있냐는 물음에 소아응급실에 있다고 대답을 하고 다녔다.
한 10시간을 누워있었나 보다.
다행에도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오랜 감기로 면역력이 떨어졌는데, 어제 표적 항암을 맞으면서 버티는 힘이 더 약해진 거라고 했다.
그래도 염려했던 폐렴이 아니어서 다행이고, 생각 못한 감염균을 찾아 더 적합한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치료가 일찍 끝난 아이와 남편은 주차장에서 밤새 기다렸다고 했다. 항암을 하는 동안 고열로 이렇게 병원에 온 게 처음이라, 아마 남편도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 몰랐던 모양이다.
하여간 참, 말 안 듣는다.
그러게 새벽에 아이랑 집으로 가라니까.
가는 길도 내가 운전을 해야 할까 보다.
그나마 내가 똑바로 누워 잔 사람이니까.
어째 고열 한 번 없이 잘 넘어왔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