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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Oct 12. 2019

꼬맹이가 경찰 아저씨를 부르는 가장 빠른 방법

독박육아 도치맘 에세이

느닷없이 아이에게 미아방지 교육을 하고 싶어 졌다.
사실 종종 아이에게 해줬던 건데, 오늘은 좀 세세하게 해 봤다. 제법 잘 뛰어다니고 말도 잘해서 자신이 이미 다 큰 언니인 양 행동하는 다섯 살 어린이여서, 내심 불안한 엄마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만약 엄마를 잃어버리면, 편의점이나 한살림이나 커피집이나 빵집에 가서 목걸이를 보여주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

편의점부터 빵집까지 나열한 이유는, 아이가 종종 제 멋대로 뛰어노는 공원 옆에 위치한 가게들이기 때문이다.
근데 아이가 다 기억하기엔 좀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바꾼 게,

“엄마를 잃어버리면 엄마랑 다닌 가게들이나, 엄마랑 다닌 곳과 비슷한 아무 데나 들어가서 도와달라고 해. 목걸이 보여주고 전화해 달라고.”

​혹시나 누가 도와준다며 데리고 갈 것도 염려되어
엄마한테 데려다면서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사 준다고 하면 따라갈 거냐 물으니 “안돼요! 엑스예요!”라고 대답은 하는데 영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도 가자고 하면
경찰 아저씨를 부르면 된다고 했다가
경찰 아저씨에게 큰 소리로 울면서 말하면 된다고 했다가... (아이고 머리야..)

얘야 네가 경찰 아저씨를 어떻게 부를 건데 -.-
경찰이 슈퍼맨도 아니고...


나름 대안을 찾긴 했다.
“경찰 아저씨는 생각보다 만나기 쉽지 않아.
네가 경찰 아저씨 찾는다고 돌아다니면 엄마를 영영 못만날 수 있어.
엄마가 경찰 아저씨를 가장 빨리 부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편의점으로 가.
편의점에 가면 경찰 아저씨를 부르는 버튼이 있어.
편의점에 가서 도와주세요~하고 기다리면 경찰 아저씨가 오실 거야.”

그제야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렇구나”

편의점 CU가 경찰청과 무슨 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경찰서로 바로 연결이 되는 전화가 설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 아저씨가 스스로 알아서 번개처럼 나타나는 만화를 보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경찰이 그렇게 나타나 나를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낯선 상황에 경찰 아저씨를 부르는 과정은 생략하고 “경찰 아저씨 앞에서 큰소리로 울어요.” 같은 소리를 하는 거겠지.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가 인근 편의점이나 카페 빵집 부동산 같은데로 뛰어가 미아방지 목걸이나 팔찌를 보이며 “전화해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만화 영상이 있다면 한결 교육이 쉬울 텐데 싶어 안타까웠다.

이걸 내 새끼에게 실전 연습이라며 시켜볼 수 도 없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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