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본원이 어디시죠?
지금 응급실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올 것이 왔다.
로컬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으니 뭐라도 좀 호전되겠거니 싶었던 내 기대가 무색하게 열이 올랐다.
사실 주말 내내 피가 비치는 기침을 했지만, 복용 중인 항생제를 먹으면 견딜만하길래 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나 안 막히는 지난밤에 갈 것을.
실은 밤에 아이를 재우고 응급실에 갈까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도통 잠을 자지 않았다. 엄마가 살짝 일어난걸 귀신같이 알고 따라 일어난 게 몇 번이었는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간 이비인후과에서 응급실 가라는 말을 듣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왔다.
고열로 인한 내원.
지난번과 검사가 똑같다.
다리에서 채혈하는 게 은근히 아프고 싫었던 기억에 어떻게든 안 오고 싶었는데, 결국 한쪽 팔과 양발에 영광의 밴드가 붙어버렸다.
“입원보다는 약 처방받아 집에서 드시다가 혹시 안 좋아지면 지체 없이 오세요.”
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당장 입원해 항생제를 진득하게 맞아야 하는 환자가 들어갈 병실이 없는 병원이 보기에 나는 긴급도가 떨어져도 아주 많이 떨어지는 환자일 테다.
집으로 가라는 말을 들은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나는 수액을 맞고 누워있다. 긴급 진료실로 환자들이 밀려 들어오던데, 의료진은 얼마나 바쁠까.
그나저나 배가 너무 고프다.
집에 가는 길에 맛있는 회덮밥이 먹고 싶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병원 가면 고생이지만, 그래도 영 안될 땐 이게 최선이다.
부디 바뀐 항생제가 제발 찰떡같이 잘 듣기를.
<+, 더하는 글>
“내 앞자리 환자는 독감이라서 약 처방받아 퇴원했대. 나는 항생제가 바뀌어 처방 나올 거래. 조금만 더 늦었으면 폐렴이 되었을 거래.”
엄마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상황을 묻는 엄마에게 보고를 하자마자 큰소리가 핸드폰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너 백신 안 맞았지?”
이것은 물음표인가 질책성 느낌표인가.
한 달이 넘도록 비염과 감기로 골골거렸는데 독감주사인지 폐렴백신인지를 어떻게 맞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암환자 교육에서는 항암 중에는 김치도 먹지 말라고 했었다.
유산균에게 공격받는다고.
백신은 뭐 만병 통치약인가.
그러는 엄마는 작년에 독감백신 4가나 맞으시고 왜 독감에 걸리셨던가.
같은 맥락에서 문득.
주변 사람들은 내가 조금만 아프면, 다들 왜 그런 거냐고 원인이 뭐라 하더냐고 들 물어본다.
원인, 뭐 별거 있겠어요.
수술하고 항암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몸이 버티는 힘을 잃어가니까 그런 거겠죠.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게다가 이 와중에 혈관이 좋다고 칭찬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