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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Dec 02. 2019

인생이 롤러코스터라면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고열과 피가 나오는 기침으로 인한 응급실 내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전혀 달갑지 않은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자기네가 들어올 생각이라고 계약일보다 좀 빨리 나가줄 수 없겠느냐고.

현재 이 지역에는 전세고 월세고 매매고 아예 매물이 없다. 게다가 전부 1억 이상 폭등한 상태.
그래도 우리 이사일 인근으로 잘 맞추면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항암을 끝내고 난 후 바로 집을 알아봐 이사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우리와 계약한 기간이 있으니 일찍 나가란다고 나가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아무리 남편에게 말을 해도 그는 이미 의지를 상실했다.
2년 전 아니 1년 전인가, 그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청약을 넣어 청약통장을 날렸던 때도 그랬다.
그때는 거의 반쯤 정신 나간 여자가 되어 방방 날뛰기라도 했지, 이제는 그럴 힘이 없다.

아이가 이 지역 병설유치원에 당첨이 되어 무난히 적당히 아껴가며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내 인생은 어째...라는 한탄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입을 닫아버렸다.
언제까지 이러지만은 않겠지.
하지만, 대체 내가 탄 인생의 롤러코스터라는 건 어떤  종류이길래, 아니 대체 나는 어떤 구간을 지나고 있길래 이리도 벅찰까.
난 이제 버틸 힘이 없는데.


어쩌겠어.
버티던가 죽던가 둘 중 하나겠지.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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