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고열과 피가 나오는 기침으로 인한 응급실 내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전혀 달갑지 않은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자기네가 들어올 생각이라고 계약일보다 좀 빨리 나가줄 수 없겠느냐고.
현재 이 지역에는 전세고 월세고 매매고 아예 매물이 없다. 게다가 전부 1억 이상 폭등한 상태.
그래도 우리 이사일 인근으로 잘 맞추면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항암을 끝내고 난 후 바로 집을 알아봐 이사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우리와 계약한 기간이 있으니 일찍 나가란다고 나가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아무리 남편에게 말을 해도 그는 이미 의지를 상실했다.
2년 전 아니 1년 전인가, 그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청약을 넣어 청약통장을 날렸던 때도 그랬다.
그때는 거의 반쯤 정신 나간 여자가 되어 방방 날뛰기라도 했지, 이제는 그럴 힘이 없다.
아이가 이 지역 병설유치원에 당첨이 되어 무난히 적당히 아껴가며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내 인생은 어째...라는 한탄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입을 닫아버렸다.
언제까지 이러지만은 않겠지.
하지만, 대체 내가 탄 인생의 롤러코스터라는 건 어떤 종류이길래, 아니 대체 나는 어떤 구간을 지나고 있길래 이리도 벅찰까.
난 이제 버틸 힘이 없는데.
어쩌겠어.
버티던가 죽던가 둘 중 하나겠지.
201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