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다
거실에서 혼자 재우고 맞이하는 아침이다.
치와는 나를 보자마자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앞 발로 눈물을 닦았다.
밥도 물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집 어느 곳에도 배변의 흔적이 없었고 심지어 밤에 뜯으라고 준 개껌도 그대로 있었다.
너 정말 분리불안 맞구나.
느긋한 아침을 먹고 동네 가장 큰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애와 개 한 마리의 발걸음이 참으로 경쾌하다.
어제도 긴 산책을 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산책을 못했던지라 공원 끝까지 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 여유 있게 돌아다니렴.
부디 긴장을 좀 풀렴.
길고 긴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사료를 배부르게 먹이고 목욕을 시켰다.
씻기고 나니 제법 태가 난다.
씻긴 김에 새 보호자를 찾을 때 쓸 사진을 찍어줬다.
그리고, 그 다음은 바로 그 시간.
어제부터 작정한 그 시간이었다.
<간식을 여기저기 숨겨두고 혼자 있는 것 연습시켜보기>
강아지를 혼자 집에 있게 할 때, 종이뭉치 안에 간식을 넣고 대충 뭉쳐 공처럼 곳곳에 던져놓으면 간식을 찾아 먹는 놀이에 빠져 금세 그 시간에 적응을 하게 된다는 꿀팁이다.
그리 긴 외출도 아니었다.
딸아이와 둘이 상가에서 필요한 것 하나를 사고, 어제 멀리 주차해놓은 차를 집 앞으로 옮겨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
약속대로 정말 왔어.
간식 잘 먹고 있었니?
착하네.
것봐 기다리니까 정말 오지?
... 뭐 이런 걸 기대했다.
상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지역 번호로 전화 한 통이 들어왔다.
관리사무소라고 했다.
“000동 ₩₩4호 맞으시죠? 혹시 개 키우시나요?”
개가 너무 짖는다고 이웃 민원이 들어왔어요.
계속 키우시는 건 아니네요?
혹시 다음에도 민원이 들어오면 그렇게 전할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저희 집에서 잠시 돌봐주기로 한 강아지예요.
지금 아파트 상가거든요. 금방 들어갈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화가 하늘 끝까지 뻗쳤다.
이래서 유기견은 안락사를 시키는가 봐.
친구는 감당도 안 되는 애를 왜 데리고 와가지고.
이래서 유기견은 집에 들이는 게 아니라고들 했나 보네... 등등 온갖 감정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블라블라 짜증이 솟구치다가 문득 ‘저게 내 새끼면..’ 에 생각이 닿았다.
지금이야 우리가 반려견을 소유하고 키우는 입장이라 관리가 안되면 안락사를 시키네 마네 결정을 한다지만, 만약 내 자식이 저 유기견과 같은 입장이 된다면 내 새끼도 죽어도 괜찮은 목숨이 되는 것인가.
그동안 나에게 유기견은 그저 불쌍하고 안타까운 강아지들이었다.
그런 강아지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봉사를 꾸준히 해 온 절친이 곁에 있어서, 내심 왜 개를 돈을 주고 사느냐 비판도 서슴지 않던 나였다. 이제야 타인의 심리를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래서 다들 기억이 깨끗한 아기 강아지를 사서 데려오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 이해된 심리에 생각 하나를 더 얹을 수도 있게 됐다.
그렇게 깨끗하다며 데려온 강아지들도 버림받고 학대당하면 우리집에 있는 치와 같아 지는 것 아닌가.
결국 사람의 욕심에 의해 사람이 좋자고 이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나쁘다.
또다시 밤이다.
치와를 보호하며 생긴 오늘의 일들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우리 방 앞에서 끙끙거리며 문을 박박 긁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어제보다 시간도 줄었고 짖는 소리도 짧아졌다.
그리고 방금, 치와의 새로운 주인을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변에 널리 알려보겠는 그 말에 나도 친구도 너무나 감사했다.
그나저나 내일은 마지막 항암 주사가 있는 날이다.
내일은...
또 어떻게든 잘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