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임시보호> 치와 왜 안 짖지?

오늘의 수다

by 상지

자려고 누운 아이가 물었다.
“엄마, 치와 왜 안 짖지?”
응.
치와가 이제 적응을 했나 봐.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치와에게 갔다.
자기 쿠션 위에 있다가 튀어나온 아이에게 밤새 잘 잤냐며 칭찬을 듬뿍 해주고 간식을 줬다.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서두를 일이 많은 날이었다.
나는 마지막 항암주사가 있어 병원에 가야 했고,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비상인지라 아이는 친정에 보내야 했고,
혼자서도 잘 있는다던 치와는 집에서 넉넉한 간식과 함께 기다릴 예정이었다.
그랬다.
치와가 오기 전까지는.

어제, 그 잠깐의 외출에도 불안해하며 쉬지 않고 짖어댄 게 내게는 좀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강아지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친구의 말로는 차에 배변패드 깔아주면 얌전히 잘 있는다고는 했지만 그건 2주 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얼마 전에 아기 말티즈를 데려와 키우는 언니네 집이다.

사실 그간 내 병원 일정 때문에 우리 집 어린이는 종종 엄마 없이 놀다 오곤 했던 집이라, 불안한 개와 그를 보호하는 애를 같이 묶어 보호하기에 좋은 곳일 것 같았다.

언니.. 나 정말 염치 불구하고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이른 아침. 아이와 강아지의 밥을 챙겨 먹이고 한 보따리 챙겨 지인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 집 어린이에게는 미션이라는 게 주어졌다.

치와가 혹시 아기 말티즈를 괴롭히면 네가 혼내줘야 해.
치와가 지난번처럼 엄마 안 보인다고 짖어대고 불안해하면 네가 안아서 달래주는 거야.
혹시 배변패드 바깥에 똥오줌 싸면 배변패드 위에서 하는 거라고 알려주고 간식 하나 주고.
지금은 네가 치와 주인이니까. 알겠지?

...

치와는 짖지 않았다.
사실은 그 큰 집을 탐색하고 돌아다니느라 내가 나가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뒤로도 짖지 않았다고 했다.
실수도 하지 않고 팔짝팔짝 뛰며 해맑게 잘 지냈다나 뭐라나.

지난번의 나들이도 그렇고, 확실히 다른 강아지들이 있는 집을 다녀보면서 치와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낮잠을 자면서 방 문을 살짝 열어놓아 봤다.

아기가 어릴때 화장실에 가는 엄마가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 녀석의 불안감은 방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에 있지 않고 그저 우리가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대신, 움직이면 소리가 나는 뽀로로 자동차를 문 앞에 뒀다. 문이 살짝이라도 밀리면 자동차에서 삐용삐용 소리가 났다.
뭔가 서러운 듯 낑낑거리는 치와에게 우린 낮잠을 자야 하니까 너도 네 자리에서 자라며 간식을 주었다.
치와는 이내 잠잠해졌고, 우리가 낮잠에서 깰 때까지 조용히 낮잠을 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또다시 밤이다.
네 자리에서 잘 자라고 간식을 하나 주고, 살짝 열린 방 문 앞에 뽀로로 자동차를 놓았다.
"삐용삐용 사건 발생 현장으로 출동! 부우웅~"
한차례 장난감 기계음이 있은 후, 정적이 찾아왔다.

“엄마, 치와 왜 안 짖지?”
집에 데려온 후, 밤마다 울고 짖던 치와가 안쓰러웠던 딸이 물었다.
응, 치와가 적응했나 봐.

장소를 옮기는 게 불안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강아지는 사람과 다른 강아지들 냄새를 맡으며 있어야 빨리 안정을 찾는다는 친구의 말이 맞은 것 같다.

비록 나는 혹시라도 개털 알러지가 올라와 얘를 주인 없는 집으로 보내야할까봐 수시로 쓸고 닦고 안방으로 못들어오게 하느라 이 난리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전염병이 도는 이 시기에 더욱 청소를 열심히 하게 만들고, 외출 또한 쉽지 않게 만들어준 치와 네가 귀인.... 아니 귀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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